샤오미, 원플러스, 메이주, 롱리치, 오포, 비보….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복병으로 떠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 브랜드들이다. 쉬지 않고 새로운 제조 브랜드가 쏟아지는 중국과 달리 국내는 팬택 이후 이렇다 할 휴대폰 제조 벤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스타트업이 새로운 혁신을 꿈꾸며 비상하는 반면 스마트폰 제조를 꿈꾸는 스타트업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작은 기업이 부품을 구하기 힘든 국내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신생 제조업체 대부분은 제품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키워 유통하는 일만을 맡는다. 원하는 부품을 주문해 전문조립생산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제조가 이뤄진다. 기획과 수요에 따라 원하는 부품을 소량 구매해 조립 후 시장에 유통하고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늘린다.
국내는 필요 부품 확보가 불가능하다.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 대다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하도급업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수요를 싹쓸이 한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등은 부품 특성상 대량 생산을 해야 수지가 맞는다. 작은 기업에 소량을 줄만큼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 부품을 구한다고 해도 전문조립업체가 부재하다. 중국은 폭스콘 같은 전문조립업체가 존재하지만 국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만이 생산 라인을 가지고 있다. 세 기업은 자사 제품을 만들뿐 외부 수요를 받지 않는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제조를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제조는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누구나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부품과 조립업체를 구할 수 없다”며 “업체가 많은 중국만이 작은 기업도 부품을 확보하며 제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제조에 성공해도 국내에선 성장이 쉽지 않다. 우선 자금 조달이 어렵다. 생산과 마케팅에 큰 비용이 드는 스마트폰 제조에 선뜻 투자할 곳이 없다. 2000년대 초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던 코스닥 시장도 닷컴버블 이후 제 기능을 못한다. 자금 부족은 대기업과의 마케팅 경쟁 열세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 정부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팬택이 열위 사업자 배려 정책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자금력과 마케팅 부족, 정부의 지원 부재 등으로 스마트폰 제조 벤처가 지속적으로 경영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