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박 모 사장은 자체 개발한 한 제품으로 초대박을 쳤다.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한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속 거래를 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박 사장은 거절했다. 지금도 그때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왜냐하면 그 유통업체에 묶였다면 지금 같은 지속적 매출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면 대부분 전속 거래 계약을 체결하자고 나온다. 다른 경쟁사에 빼앗기기 싫어서다. 그러나 전속 거래 때문에 망한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장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김 모 사장은 작은 선인장을 키워 3개 홈쇼핑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았다.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러던 중 모 홈쇼핑이 전속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춰주겠다고 제의해왔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홈쇼핑 수수료가 너무 높아 많이 팔아도 이익은 얼마 되지 않았다. 김 사장은 매출이 적더라도 수수료가 낮은 곳으로 거래를 옮기고자 했다. 방송전날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사장이 결재과정에서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없다고 했다면서 다른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했다. 당장 방송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 할 수 없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거래를 했다. 김 사장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속 거래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전속 거래는 가장 위험한 거래 방법의 대표 격이다. 기술 자료를 다 넘겨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한다든지, 이면계약을 하자고 한다든지, 3개월 이상 어음거래를 하자고 한다든지 하는 거래는 위험한 징조다. 이런 거래는 틀림없이 뒤탈이 난다. 이런 때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거래를 거절하려면 기업 차원에서 총체적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현실을 감안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거래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첫째, 어떤 거래에도 계약서 등 문서는 확보해둬야 한다. 꼭 계약서가 아니어도 발주서, 업무지시서, 회의록, 주간업무 실적 등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을 문서로 차곡차곡 DB화해야 한다. 근거가 없으면 허공에 혼자 떠드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적자생존(적는 자가 생존한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에서 판단의 자료는 문서밖에 없다.
둘째, 거래 시 문서대신 말로 하는 사례가 많는데 이럴 때에도 반드시 팩스나 공문으로 거래일시, 내용, 금액 등을 거래 상대방에게 보내야 한다. 하도급법에서는 상대방이 15일 이내에 반응이 없으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법제화됐다.
셋째, 만약 이렇게라도 안 된 때에는 상대방과 내가 하는 말을 문자, 카톡, 이메일 등으로 남겨둬야 한다. 피드백이 있는 자료를 스크린세이브로 저장해야 한다. 요즘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서 폰으로 하는 모든 거래내용은 사진으로 저장 가능하다. 계약서나 문서 등이 없을 때 이런 모바일 자료라도 있으면 나중에 법원이나 공정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꼼꼼한 경영관리가 이뤄져야만 위험에 빠져도 그것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 함정에 빠져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스스로 구제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하늘도 도울 수 없다.
이경만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경쟁정책본부장 waken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