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단일상품 중심입니다. 이를 시대 변화에 맞게 결합상품 중심으로 바꿔야할 때입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통신시장 경쟁상황을 평가해 매년 발표하는 SSNIP테스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SSNIP테스트란 가상의 독점사업자를 상정하고 이 사업자가 가격을 일정부분(통상 연간 10%) 올렸을 때 소비자가 다른 사업자로 옮겨가지 못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사업자로 옮겨가면 시장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 테스트는 단일상품을 취급할 때 타당한 평가지표로,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결합상품 위주로 재편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결과 통신상품 이용자의 82%가 결합상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만 따로 떼어내도 50%에 이른다.
신 교수는 “2007년 정부가 결합상품에 대해 요금할인을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준 이후 결합상품 출시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합상품의 장점을 인정했다. 가격할인이나 이용 편리성, 거래비용 감소, 사업운영 효율성 등에서 큰 효과가 있다는 것. 문제는 지배적사업자의 지배력이 결합상품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결합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단품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결합상품에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통신사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일상품이 아닌 결합상품 위주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가 이뤄져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시장점유율을 반영한 가격상승압력분석(GUMPPI)’이라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결합상품과 시장지배력을 동시에 반영해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그는 이 방법론을 11월 열린 경영과학회 추계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바 있다. 신 교수는 “학계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