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20:80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 글을 읽은 후배가 롱테일(Long Tail)이 대세인 요즘, 아직도 20:80을 들먹인다며 핀잔을 해왔다. 덧붙여 그게 언제 때 이론인데, 아직도 우려먹고 있냐고 야단을 친다. 결국 꼼꼼히 읽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라도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위키백과에서 롱테일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보통 잘 팔리는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 파레토 법칙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가진 매장에서는 잘 팔리는 물건에 보다 집중해 전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 그러나 최근 인터넷(웹2.0의 특성을 통한 유저들 간의 교류) 등의 기술 발달로 재고나 물류에 드는 비용이 종래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특히 일반적인 소매점에 비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경우 베스트셀러와 함께 그동안 간과돼온 비인기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개별적으로는 비인기 상품도 전체적으로 모이면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다. (중략) 이러한 현상에서 전통적인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되었으며 이를 ‘롱테일 현상’이라고 한다.”
오늘날 20:80 원리만 갖고 경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지 않고 있다. 서로 고객 빼앗기를 하다가 이제는 자기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쪽으로 마케팅의 방향이 바뀌었다. 산업 파이 자체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든 기업들이 매출의 80%를 올리는 20%의 상품개발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의 한계 이익률이 높지 않다. 그래서 다른 경쟁기업들이 집중하지 않는 고객·상품·시장에 집중해 초과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엔 또 롱테일로 성공한 사례가 3개 나온다. 하나는 대기업과 주력매체들의 독무대가 된 광고시장에서 중소업체와 중소매체를 연결해주는 구글 애드센스다. 또 하나는 아마존닷컴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판매 순위 13만위 이하의 책에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노센티브는 10만명이 넘는 개인연구원들이 개방형 연구개발로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래서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보다는 사례가 크거나 많지 않았다. 또 이런 사례들이 인터넷 중심 기업에 한정돼 있다. 전체적 맥락으로 보면 롱테일 전략을 쓰기 위해서는 재고관리, 물류 관리, 진열과 마케팅에 관한 비용이 업계 최저 수준이어야 한다. 고객 한 명을 얻기 위한 한계수익이 한계비용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러한 광범위하고 세밀한 서비스를 하기 힘들다. 그래서 롱테일의 기본적인 가치는 그동안 무시하거나 등한시해 오고 있었던 고객과 상품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자 했던 관점의 변화에 있지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에 이 후배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남았다.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서 과연 20:80의 원리에 입각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냐고 물어 봐야겠다. 다시 말해서 롱테일을 추구하기에 앞서 우선 본업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이 완벽한 수준의 효율을 얻고 난 뒤에 롱테일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여러 개의 시장을 추구하더라도 운영이 복잡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소한 롱테일에 해당되는 작은 여러 개의 시장 중에서 다시 20:80의 원리를 동원해 그 중 몇 개의 시장에 집중하고 그 집중되는 시장의 규모에 맞게 회사의 규모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이유는 경영을 단순하게 하고자 함이다. 단순화된 경영은 힘이 있다. 고객에게도 분명한 브랜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조직 내부에서도 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실패한 회사들이 분명하지 않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어정쩡한 포지셔닝을 통해 일관되지 않는 전략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포트폴리오, 또는 리스크 관리 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다양화된 시장과 고객은 복잡한 경영지원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복잡한 경영지원 시스템은 힘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비즈니스 기회를 다 챙기면서 언젠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잠재적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장의 개화를 보기도 전에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시장, 고객,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화되면 될수록 거의 제곱으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부 지원 시스템의 구성 요소인 직원, 조직, IT, 배송도 마찬가지로 제곱의 속도로 복잡해진다.
어떤 기업의 관리 비용은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늘어나는 속도의 두 배로 늘어난다. 혹시 누가 먼저 무슨 법칙이라고 명명했는지 모르지만, 경영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