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약 7년만에 최저... 새해 엔저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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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엔저 전망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7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120엔25전을 기록했다며 향후 전망에 대해 보도했다.

<달러당 엔 환율 그래프>
 (1달러=엔)
 (그래프 포인트 왼쪽부터)
 2007년 저가 (124엔 14전)
 리먼브라더스 사태
 동일본 대지진
 사상최고가(75엔32전)
 일본은행 양적완화 개시
<달러당 엔 환율 그래프> (1달러=엔) (그래프 포인트 왼쪽부터) 2007년 저가 (124엔 14전) 리먼브라더스 사태 동일본 대지진 사상최고가(75엔32전) 일본은행 양적완화 개시

일본 엔화는 그동안 120엔을 넘지 않는 선에서 등락을 이어왔지만 5일 유럽 중앙은행(ECB) 드라기 총재의 양적완화 발언이 있은 직후 엔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120엔대 초반에 진입했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110엔대 환율을 기록한 지난 10월 말과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엔화가치가 10엔가량이나 낮아진 것이다.

시장은 새해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석유 가격이 낮아지며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고 시장에 새로운 추가 완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안고 있는 막대한 무역적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 1~10월 일본 무역수지는 11조엔이 넘는 적자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수준이 됐다. 상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 엔을 팔아 외화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를 부른다.

미국의 경기 회복도 악재다. 미국은 지난 10월 양적 금융 완화 조치를 종료하고 새해 중순부터는 금리 인상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투자자들은 엔을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새해 엔화 약세로 일본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다이와 종합연구소는 지난 2013년 1월 이후 1년 반동안의 엔화 약세로 기업의 경상이익은 약 3조엔 상승한 것으로 조사했다. 이 가운데 2조엔은 대기업 제조업이 차지했다. 비 제조업은 8000억엔, 중소 제조업은 2000억엔 수준에 불과하다. 엔화 약세에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며 수출로 인한 성장도 어려운 상태다.

가정에서 가장 부담이 빠르게 전달되는 식료품 가격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새해 일본 식용류 대기업 3개사는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니치레이푸드는 오는 2월부터 냉동식품 가격도 인상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 지수는 지난 10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대비 악화됐다.

반면에 일본 수출 대기업은 이익 증가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기업의 상정환율은 달러당 100~105엔 수준이지만 120엔 수준이 지속되면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다이와 증권은 상장기업의 경상이익 증가 비율이 기존 8%에서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에서는 기업 수익증가가 임금인상과 고용확대로 이어지고 소비까지 끌어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