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우리나라 6대 수출 주력산업의 2014년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 및 영업이익률
새해 우리나라 산업계 화두로 ‘구조 개혁’이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구조 개편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내년 주요 정책방향으로 우선 검토하고 있다. 2015년 업계에서 대기업 간 ‘빅딜’이나 중견기업의 사업 조정 등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됐다.
7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하면서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때”라며 “기업 간 빅딜, 부실사업 정리를 포함한 업계 구조 개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 데 주목하고 있다. 현 구조로는 국가 주력산업이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6대 수출 주력산업의 상반기 매출은 △휴대폰(-9.4%) △TV·디스플레이(-3.0%) △자동차(1.5%) △조선(-0.9%) △석유화학(-2.8%) △반도체(9.7%) 등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모두 성장이 멈췄거나 역성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할 카드로 ‘구조 개혁’을 통한 산업 경쟁력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가 진행한 ‘빅딜’ 같은 형태도 필요하고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견기업의 유사사업 정리도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구조개혁 중심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방안을 마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그룹은 한화에 테크윈,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 4개 계열사를 넘기는 대형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대체로 우호적 평가가 많다. 삼성은 3세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핵심 역량에 집중한 사업 구조를 확보했고, 한화는 주력인 방위, 석유화학 사업 역량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 간 빅딜은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이번 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더구나 현 상황에서 정부가 기획해 기업 빅딜을 권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당근책을 구상한다. 우선 ‘산업협력법(일명 원샷법)’의 도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산업활력법은 국내 기업들이 M&A를 보다 활발히 추진해 생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로 꼽힌다.
기업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면 정부가 생산성 향상을 조건으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상 특례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과잉공급 해소나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 합작투자, 설비투자 등에는 규제나 절차를 줄여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사업을 재편하면 취득·등록세를 면제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기간을 대폭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또 지주회사 내 공동투자 허용, 부채비율(현행 200%) 완화 등도 가능하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 유사한 법안을 도입했고 지난 12년간 542건의 사업 재편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도 한시적인 ‘산업협력법’ 도입을 제안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 둔화 △해외경기 불안 △치열한 경쟁의 샌드위치 신세 △노사협력 부족 이라는 네 가지 위협요인에 노출돼 있다”며 “핵심 규제개혁과 함께 ‘원샷법’의 한시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자발적 개혁에 규제를 줄이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칫 정부가 깊게 개입하면 기업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 사업 개편과 함께 고용·인력운용의 개혁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생산성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 확대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부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어 새해부터는 재계·노동계와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우리나라 6대 수출 주력산업의 상반기 매출액증가율 및 영업이익률(단위:%) /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