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의약품 연구소가 아닌 따뜻한 식물원에서 감기약이 재배되고 있다.
사람이 먹는 약을 만들어 내는 식물을 키우고 있는 일본 지바대학교에서다. 일명 ‘식물 제약 공장’에서 의약품이 생산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해 식물에서 유용한 의약 성분을 추출한다. 식물은 장기간 상온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약이 대량으로 필요한 때도 대응하기 쉽다. 재배 조건을 철저히 관리해 생산량을 언제든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바현 마츠시에 있는 지바대학의 식물공장엔 해외 연구진이 공장을 견학하기 위한 신청이 잇따른다. 그만큼 의약품 식물재배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관심이 높다.
식물 공장에서 재배하는 담배 잎에는 사람이 먹는 의약품 원료나 백신이 포함돼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핵심이다. 혹여나 자연적으로 식물의 씨가 바깥으로 날아가 자연 발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은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돼 있다.
아직 전 세계에 10개 밖에 없는 희귀 시설이다.
지바 식물공장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조건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약효 성분의 생산량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지 고토 교수는 발광 다이오드(LED)로 적색과 청색의 빛을 조합해 온도를 평소보다 섭씨 5도 올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목표는 이전보다 약효 성분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식물 공장에서는 C형 간염의 치료에 사용되는 인터페론과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 등이 생산되고 있다. 단세포, 세균의 배양과 유효 성분의 추출, 정제, 보관에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식물을 동결 건조하면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도 2년간 보관할 수 있다. 식물공장 건설에는 수억엔이 필요하다. 그러나 날씨나 기타 환경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1년 내내 재배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바가 참여하는 ‘식물 제약 공장’ 프로젝트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받아 2011년 시작됐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홋카이도대학,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 등이 참여한다.
이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홋카이도대학팀은 감염 백신 성분이 되는 단백질의 양을 초기보다 약 12~13배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의 진척으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기술 이전 등 실용화와 제품화를 앞둔 과제도 많다.
마츠무라 다케시 산업기술종합연구소장은 “내년까지 참여하는 대학 및 연구 기관의 기술을 결합, 2016년도에는 제약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식물 공장에 의한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고 싶다”며 “지금은 아직 일본이 식물공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