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0년간 우리 8대 주력산업의 6개 산업이 추월당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별 단체들도 이 같은 결과에 아직 우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도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이를 헤쳐 나갈 뚜렷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장은 “산업별 단체와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상황인식에는 공감했지만 대안 역시 매번 내놓는 당연한 수준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산업계가 제시하는 답은 결국 기존 산업의 한중 격차를 이어줄 기술경쟁력으로 귀결됐다. 또한 국가 차원의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평균 나이가 55세로 2019년이면 환갑에 가깝다. 사람의 평균수명과 달리,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도 허물어지는 시점에서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핵심 기술개발과 품질 유지도 중요한 경쟁력 유지 요인으로 꼽았다. 급성장한 중국 산업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재반격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최근 중국산 선박의 연비 등 품질문제를 놓고 선사들 불만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도 거부 등의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결국 1~2년 후 우리의 수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기를 맞은 한국 주력산업의 터닝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오히려 한중 FTA 체결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해외진출, 특히 중국진출은 한일 경제관계를 거울삼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 등 새로운 국가대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민관이 함께 ‘새산업 운동’을 추진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