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8>양질의 일자리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8>양질의 일자리

얼마 전 현재의 고용불안, 가계소비, 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아마도 양질의 일자리란 고용불안도 없고, 먹고살 만큼 월급 주고, 복리후생도 좋고, 그래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닐 수 있는 그런 류의 일자리를 말하는 것 같다. 직원들 입장에선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무원과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장인들이 기본적으로 실직의 공포를 가슴속에 안고 산다. 고위공무원들조차 후배가 자기 위로 진급하면 자동으로 옷 벗는다. 고용관계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겉으로만 당당해 보일 뿐이지 속으로는 항상 불안해하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다. 노조가 있다고 해도 노조 스스로도 명예퇴직 프로그램에 합의해 주고 있지 않은가. 어느 회사든 모든 근로자를 양질의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오랫동안 고용할 방법은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양질의 직원을 전제로 한다. 직원이 양질이 아닌데 회사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재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제는 근로자들이 회사 입장에서 양질의 직원이 되고자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양질의 직원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한마디로 월급 값을 하면 된다. 받는 월급만큼 또는 그보다 많이 부가가치를 창출해 회사 수익에 기여하면 된다. 회사와 근로자는 서로 계약관계다. 듣기 좋게 한 가족이라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근로계약서 외에는 공통분모가 없다. 회사를 옮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밤낮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드나들던 회사가 막상 퇴직하고 나서 다시 가보기에는 무지 꺼려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30년 이상 다닌 회사도 그럴진대 하물며 10년, 20년 다닌 회사라면 오죽하겠는가? 중년이 넘은 오래된 직원들이 회사에 청춘을 바쳤다고 얘기하지만 고용자 입장에서는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 했지만 지금은 체력이 달려 그렇게는 못한다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많은 직원들이 회사에 오래 다녔고, 그동안 하라는 대로 일했으니 이제는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 조금 생산성이 떨어져도 정년퇴직 때까지는 우리 가족 먹고살게는 해줘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 공무원 연금 개혁 때도 나온 얘기지만 공무원 생활하면서 민간 기업에 비해 월급이 적었으니 퇴직 후에라도 연금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는 얘기들 한다.

공무원이든 민간 기업 직원이든 회사를 위해서 이만큼 노력했으니 노후에 회사가 책임지라고 하지만 요즘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준 자식들도 그렇게 안하는 데 회사가 그렇게 해주겠는가? 그건 막연한 기대이고 환상일 뿐이다. 회사와 직원인 나는 단지 냉혹한 고용관계일 뿐이며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월급 주고 고용하지만, 잠시라도 빈틈을 보이면 어떤 명목을 붙여서라도 퇴출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개인도 그렇지만 회사도 내일 또는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오늘만 있을 뿐이다. 대학 졸업자들이 삼성을 포함한 일부 대기업, 잘 나가는 인터넷기업에 취업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것 또한 잘하는 선택인지 아무도 모른다. 또 회사가 잘나간다고 해서 덩달아 나도 잘 나갈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많은 직원들이 언제 그만두나 고민하고 있다. 원하는 직장에 입사했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선배들이 상사들이 항상 자기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 또 자기가 오래 근무하고 싶다고 해서 오래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직장에서의 모든 선택은 결국 자기 자신에 달린 것이다.

나의 멘토는 항시 “인사는 상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 막연하게 기대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회사는 법인이지 개인이 아니다. 설령 오너가 있다고 해도 오너가 개인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회사는 오너 것도 아니고 사장 것도 아니고 그냥 개인들이 모여서 비전이나 경영목표 들고 일하고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지는 조직일 뿐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기사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 회사원들이 양질의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또는 조금 부족하게 회사에서 그저 월급 주고 고용해 줄 뿐이다. 회사가 직원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회사는 회사를 위해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직원들이 나 스스로를 어떻게 값어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해야지 열심히 하면 회사가 나중에 책임져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를 망각하고 있으면 나중에 무지 화도 나고 실망하게 될 거다. 우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