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파격 인하라는 화웨이 승부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으로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서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화웨이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27일~12월3일) 화웨이 ‘X3’ 판매량은 812대를 기록했다. 332대에 그친 11월 넷째주(11월20일~26일) 대비 2배 이상 판매가 늘었지만 이 기간 출고가를 대폭 낮춘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숫자다.
화웨이는 지난달 25일부터 X3 출고가를 종전 52만8000원에서 33만원으로 크게 낮췄다.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마케팅 일환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던 화웨이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회심의 카드다.
X3 출고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은 비슷한 시기 출고가를 내리며 시장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팬택 제품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다. 지난달 16일 출고가를 35만2000원으로 낮춘 팬택 ‘베가아이언2’는 가격 인하와 함께 판매에 불이 붙었다.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11월 둘째주(6일~12일) 판매량은 944대에 그쳤지만 출고가가 낮아진 11월 셋째주(13일~19일)에는 5966대로 6배 이상 치솟았다. 11월 넷째주에는 2만7440대를 팔아치워 판매량 기준 3위에 올랐다. 12월 첫째주에도 2만3829만대를 판매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SK텔레콤을 통해 선보인 ‘베가팝업노트’ 역시 3만대를 모두 판매하는 저력을 보였다.
화웨이 ‘X3’나 팬택 ‘베가아이언2’ 모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 기능에선 큰 차이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는데도 소비자 반응이 다른 건 여전히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니 시장이 반응하는 팬택과 달리 화웨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같은 값이면 국산’이라는 인식이 아직 공고하다”고 평가했다.
파격적 가격 인하에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지 못한 화웨이가 다시 가격을 올릴지도 관심거리다. 화웨이는 X3 출고가 인하를 올 연말까지로 못 박았다. 내년부터 다시 출고가를 정상화할 예정이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 관심은 더욱 식을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로 충분한 이슈를 만들었다면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