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시행에 들어간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의 파장이 만만찮다.
소비자들은 늘어난 통신비 부담에 불만이 쌓이고,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제조사들 역시 휴대폰 판매가 급감하면서 속이 타고 있다. 해법은 뭘까.
최근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제기한 ‘단말기 장기 렌털 서비스’에 주목해 보자. 렌털서비스는 소비자들이 갤럭시 노트4나 아이폰6와 같은 최신 단말기를 출고가의 반값으로 2년 이상 마음껏 사용한 뒤 다시 반납하면 새로운 최신 폰으로 교체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만일 반납 받은 단말기가 있다면 이를 다시 리퍼폰으로 재생시켜 중국산 저가 폰 공세도 차단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부품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통신사 역시 소비자에게 값비싼 최신 단말기를 저렴한 렌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조사와 협력업체, 통신사, 유통점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든 사회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다. 질적으로 현재의 단말기 판매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장을 열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시키자는 의지가 담겼다.
플랫폼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혁신적이다.
국내 제조사들이 렌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고, 단말기 하드웨어에 ‘렌털 전문 플랫폼’을 구축하면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에 버금가는 유통전문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기렌털 서비스는 단순히 ‘단말기 하드웨어만의 염가 보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닌 미래지향적 ‘글로벌 플랫폼’ 구축까지 염두에 둔 모델이다. 세계시장은 ‘유통이 산업을 지배하고 금융이 유통을 지배한다’고 한다. 국내 제조사들의 산업경쟁력을 기초로 해 유통과 금융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 떠나면 흥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깨어있는 소비자와 보수적인 기업의 창조적 융합이 필요한 때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생각을 국내 소비자들이 기업보다 먼저 하고 있다는 점이다. ICT 활용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시야는 이미 글로벌화 돼 있다. ‘개방과 공유’의 시대적 트렌드를 누구보다도 먼저 즐기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해외직구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전 국민의 호갱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자발적 행위이다.
정부의 정책생산자도 기업도 이러한 국내 소비자의 수준과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영화와 패턴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한 해법도 오히려 소비자들이 제안하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들은 ‘폐쇄와 독점’의 논리를 고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을 향해 ‘개방과 공유’의 물결을 타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은 국내 소비자와 화합해야 한다. 이들을 인정하고 집단지성을 같이 창출해 나갈 때 기업의 위기도 기회로 전환되고 새로운 ‘창조경제’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의 문제점들과 아이폰6 대란 사태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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