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2011년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와 정의론 강의는 우리나라에서 열풍이라 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여전히 주요 대학교에서 그의 책이 대출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열풍은 아직 식지 않은 듯하다.
샌델 교수는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한국은 여야 상관없이 경제민주화를 토론주제로 다루고 있다”며 “관련해 공공담론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었다. 샌델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많은 정치적 담론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이나 정당으로 하여금 이런 주제를 정책으로 연결하도록 상기하는 게 시민사회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에도 경제민주화와 관련 의미있는 메시지가 있었다. 새로 취임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사에 문자로 ‘경제민주화’가 쓰여 있지 않다고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대래 전 위원장도 공정위를 떠나며 “경제민주화는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때와 달리 경기 회복이 급선무가 된 지금 무작정 경제민주화만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 전 위원장이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함께 가야한다”고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폭넓게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노 전 위원장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는 수없이 강조됐지만 누구도 정확하게 범위를 정하지 않았다. 같은 불공정 행위 제재를 두고도 누구는 ‘과도한 처벌’이라하고 다른 누구는 ‘솜방망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 위원장의 첫 번째 과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범위 설정이다. 이후 흔들리지 않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