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는 모처럼 ‘일하는 국회’가 됐다.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했으며,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법을 처리했다. 마지막 날인 9일 법안 처리가 몰린 것은 여전했지만 정기국회에서 총 237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예산안 사전 통과로 여야 쟁점이 적은 법안을 처리할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하도급을 제한하고 재하도급을 금지한 SW진흥법 개정으로 중소기업 참여 확대가 기대됐다.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 창업 규제를 푼 벤처기업육성법 개정도 있었다. 노후 산업단지를 활성화하도록 관련 법 개정도 이뤄졌다. 병역법을 고쳐 게임과 소프트웨어 전공 대학생에 대한 산업기능요원 차별을 없앴다. 기술산업계로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정기국회였다.
하지만 다음 주 시작할 임시국회 법안 처리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로 여야가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 비선 논란이 불거져 치열한 정치 공방이 예산됐다. 가뜩이나 쟁점 법안을 다룰 임시국회다. 파행 가능성이 높다. 여야 법안 빅딜이나 막판 무더기 처리라는 구태도 예상됐다.
정기국회가 예년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쟁점에 따라 법안 처리 우선순위를 구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정치 공방 탓에 여야 의견차가 적은 법안까지 처리하지 못한 관행에서 탈피했다. 임시국회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와야 한다.
임시국회에 넘어간 법안들이 쟁점 법안들이지만 그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동산 3법 등 쟁점이 큰 경제 법안이 있는가 하면 산업 관련 법안의 경우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다. 의료,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그렇다. 이런 법안들은 우선 처리하고 정말 쟁점을 해소하기 힘든 법안만 뒤로 미루는 것이 옳다.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일하는 국회’라는 평가는 임시국회까지 지켜본 다음에 나와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