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인 베스트케어2.0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이지케어텍과 함께 70명의 직원들이 리야드에서 동고동락을 시작했다.
지난해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 오픈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린 지 1년 만에 거둔 기적적인 성과다. 단일 소프트웨어(SW)로 700억원의 수출고를 올린 쾌거다. 3년 내에 3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출도 예정돼 있다.
처음 수출을 준비할 무렵부터 개발 및 고객 검수를 마치고 사우디아라비아 의사, 간호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며 새 병원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많았다.
오랜 시간 각종 자료나 세미나를 통해 조사·분석 작업을 했고 든든한 기술파트너와 해외 비즈니스 역량이 있는 파트너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만들었음에도, 해외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현지 사정에 밝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일이 많았다.
유관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해도 봤다. 막상 각국 정부기관, 공공 및 사립병원들을 방문해 보면 국가별로 관련 제도나 규제, 비즈니스 관행이 서로 달라 참고는 될지언정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태에서 막강한 영업력과 레퍼런스를 확보한,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막막했던 때도 부지기수였다. 오직 대한민국 의료SW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용자들의 인식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식재산권의 가치 인식 부족으로 무단 복제가 성행하고, 이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 많은 SW 전문회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SW를 만들던 뛰어난 엔지니어들은 주위 어려운 환경에 내몰려 아예 다른 길을 찾아나섰다. 이런 척박한 SW 산업토양에서 SW의 해외수출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SW 상용화부터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 SW산업이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는 인식도 갖게 됐다. SW산업 토양을 다지기 위해 단지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만으론 부족하다.
새로운 형태의 SW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선 우선 정부와 산업계, 기업들이 힘을 모은 종합적 협력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개발 및 마케팅 모든 과정에 있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프로세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산업계와 ICT 융합을 통해 우수한 SW가 탄생하는 일도,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일도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분야별 SW 전문기업들이 뭉쳐 세계를 향한 K소프트웨어포럼이 이 출범했다. 수출을 준비하는 SW전문기업들이 그 노하우와 기술, 경험 및 인적 네트워크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밑바탕은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 SW가 해외시장을 누비고, 제3의 신한류로 ‘SW, 메이드인 코리아’가 휘날릴 날을 기대해본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화센터장 neuroandy@snub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