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비 산업, 근원적 체질 개선 고민할 때

우리 경제 주력인 제조업에서 여전히 취약한 대표적인 분야가 첨단 장비(설비) 산업이다. 상업화를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소요되며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큰 탓에 우리나라 특유의 ‘빠른 추격자’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산업용 장비는 수많은 첨단 생산기술이 집약된 데다 수요처인 제조업 경쟁력까지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쟁을 치르면서 군수 산업을 키워온 미국·독일·일본 등이 장비 산업에서 앞선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산업통산자원부가 전방 미래 수요산업 창출과 후방 장비 요소산업 동반 성장을 기치로 핵심 장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10일 제3차 전략기획투자협의회를 열어 113개 핵심 장비와 27개 공통 핵심 기술을 발굴하기로 했다. 산업엔진 프로젝트 연장선에서 장비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연구개발(R&D)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것이 요체다. 세계 시장 선도형 기술 개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뢰성 향상, 시험·인증 기반 구축, 인력 양성, 디자인·R&D 융합 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은 반길만한 일이다. 장비 산업은 지금까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범국가적 관심에서 다소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중공업·항공·군수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들이 포진했던 데다 수요 기업 입김에 업황이 갈리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최첨단이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산업 현주소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장비 업체들과 경쟁한 경험은 부족한데 국내 설비 투자마저 실종된 지금 장비 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앞으로 펼쳐질 산업간 연계·융합에서 핵심 장비 기술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장비 산업이 취약해 전체 산업 체질까지 약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장비 산업 육성 계획이 구호성·일회성 정책에 그치질 않길 바란다. 장비 산업을 고도화하는 것은 우리 제조업의 미래 선순환 발전 구조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