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자동차, 지도를 삼키다

20여 년 전만 해도 종이지도는 자동차 여행의 필수품이었다. 차 속 어딘가에 구겨져 있는 종이지도를 펼쳐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이 풍경을 사라지게 한 것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 대중화로 지금은 주소만 입력하면 음성과 화면 안내를 받으며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차량에 장착된 현대모비스 순정 내비게이션
차량에 장착된 현대모비스 순정 내비게이션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개발이 급물살을 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1970년대 군사 목적으로 개발했던 GPS를 민간에 완전 개방했다. 이전까지 GPS는 군사지역 위치 보호를 목적으로 100미터 이내에서는 전파 방해를 받았다. 위치 정보가 부정확했던 셈이다.

GPS는 내비게이션 핵심 기술이다. 지구 고도 2만200㎞ 상공에서 인공위성 24기가 정확한 시간과 위치 데이터를 제공한다. 내비게이션은 GPS 안테나로 이 신호를 수신해 차량 현재 위치, 목적지까지 거리 등을 계산해 길을 안내한다.

대용량 지도를 저장하는 매체 기술 혁신도 내비게이션 대중화를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CD에, 2003년부터는 DVD와 하드디스크에 지도를 저장했지만, 이들은 값이 비싸고 크기가 컸다.

2004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SD메모리카드는 2년 만에 저장 용량이 128MB에서 2GB로 급증했다. 값이 싸고 크기도 작았다. 현재 SD메모라카드 저장용량은 8~16GB가 주류를 이룬다. 이에 따라 100만원 안팎이던 내비게이션 가격은 30만원대로 수직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1997년 처음으로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그랜저에 적용했다. 이 회사는 이후 DVD 내비게이션, 30만원대 거치형 내비게이션, DMB 기반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기능 등을 개발했다.

눈·비나 강한 바람, 빌딩숲, 터널, 고가 등에 의한 오차는 GPS 약점이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센서로 차량 속도와 바퀴 각도 등을 계산해 이 오차를 보완한다. 순정 제품이 시중 제품보다 좀 더 정확하게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비결이다.

반면 자동차 특성에 따른 엄격한 품질 테스트로 기능에는 제한이 있었다. SD메모리카드도 신뢰성 확보 탓에 2010년 이후에서야 사용됐다. 최근에는 부품 성능이 크게 개선되고, 내비게이션도 대중화되면서 시판 제품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편의성을 확보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