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23세 청년은 전쟁터에서 휴대가 가능한 ‘튜브형 저가 인큐베이터’를 개발했다. 내전이 끊이질 않는 제3 세계에서 미숙아들이 길바닥에서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현대식 인큐베이터보다 16배나 저렴한 비용으로 휴대용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수만명의 아기를 살려냈다.
마음씨 착한 공대생 한 명이 아닌, 기업이 나서면 기부와 나눔의 효과는 배가 된다.
IBM은 매년 5000만개 이상 소각장에 버려지는 노트북 배터리를 개조해 전등 하나 없이 사는 가난한 국가에 등불을 제공하는 기부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등불은 매일 하루에 네 시간 동안 LED 조명을 계속 켜고 있어도 1년 내내 지속된다. 개발비, 전기료 모두 IBM 부담이다. IBM 덕에 인도 벵갈루루는 밝아졌고 거주민의 삶의 질까지 바꿔 놨다.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지만 향후 IBM은 폐기용 노트북 배터리를 이용한 수익용 비즈니스모델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장기적인 자선 프로젝트로 제3 세계 국가를 밝힌다는 비전만 내놓았다.
제조업이나 서비스기업은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기부나 자선활동이 있다. IT기업에선 수익과 매출을 올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한걸음 떨어져 눈길을 다양한 곳에 돌려보면 아이디어는 샘솟는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라고 불렸던 에볼라 사태가 터졌을 때 애꿎은 비난의 화살은 실리콘밸리에 쏟아졌다. 수많은 제조업이 나서 적극적으로 구원활동과 자금 모금을 하는 동안 실리콘밸리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비판이었다. 비단 에볼라 바이러스 건뿐 아니라 대규모 지진 사태, 화산 폭발 등 인류 재앙급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가장 소극적으로 자선활동에 나선 것은 IT기업이라는 불명예 딱지도 있다.
그렇다고 IT기업이 그간의 오명을 씻기 위해 제조업과 겨루듯 굳이 수많은 돈을 기부할 필요는 없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기부의 방식이 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정보기술(IT) 하나가 수백만달러의 현금보다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