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PD제도 개선 더 과감하게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연구개발(R&D)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디렉터(PD)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임할 때엔 2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해 최장 5년 임기가 가능하다. 고작 임기 1년 연장이나 상당한 의미가 있다. R&D PD제도를 산업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종전 임기는 대학 교수와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원 외부활동 제한 기간에서 비롯한다. 통상적으로 2년으로 제한돼 이들을 PD로 영입하려고 임기를 이렇게 정했다. 이 짧은 임기는 산업계 출신 PD 지원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냈다. 교수나 연구원과 달리 산업계 출신 PD는 임기를 끝내고 돌아갈 직장이 없다. 신분이 불확실하니 당연히 지원을 꺼린다. 산업계에 밀착한 R&D 기획도 힘들어진다. 임기 연장은 잘한 일이다.

다만 국가 R&D 기획을 총괄하는 자리임에도 PD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필수적인 예산 기획 기능이 없다. 권한도, 책임도 없으니 PD가 제 구실을 하기 힘들다. 물론 산업부와 PD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PD가 관료보다 낮은 지위로 수평적인 관계를 기대하기 힘들다.

기획 자율성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국가 R&D는 외국과 달리 정부가 특정 과제를 선정하고 연구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이 때문에 선진국을 모방하거나 위험회피 기술에 치우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PD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하고 싶은 대로 기획을 맡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연히 더욱 강한 책임이 뒤따른다.

산업부가 PD 선임과 과제 점검에 산업계 전문가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비즈니스에 정통한 산업계 전문가 눈이야말로 PD 역량과 과제 평가에 있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것도 더 쉽게 찾아낸다.

기술 기반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R&D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PD제도 개선도 이 일환이다. 이왕 하는 개선이라면 이참에 더 과감하게 추진했으면 하는 것이 산업계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