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9>핀테크, 테크핀?

인기 야구해설자가 대학 친구다. 그가 처음 야구 해설자로 데뷔했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엔 히트앤드런이라는 용어만 썼는데 이 친구가 처음으로 히트앤드런인지 런앤드히트인지 구별해서 작전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말 같지만 엄연히 다른 작전이어서 그 당시 야구 해설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9>핀테크, 테크핀?

요즘 언론 지상에 핀테크 만큼 자주 등장하는 단어도 없다.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IPO에 자극을 받아서 인지 알리페이를 필두로 애플페이, 페이팔 등 외국의 간편 결재가 한동안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카톡페이를 선두로 라인페이, 케이페이 등 페이가 붙은 간편결제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종 언론에 실리는 핀테크의 주된 흐름을 보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해외에서는 간편결제가 대세인데 우리는 금융당국 규제에 의해 안방시장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액티브X 때문에 외국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천송이 코트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이미 액티브X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만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은 밝혀졌다. 누군가가 우매한 대중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고 예를 든다고 한 것이 엉뚱한 예를 든 것이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핀테크, 그 중에서도 간편결제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지지부진한 것인가? 어느 정도는 맞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정부 규제 때문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금융당국도 지금 죽을 맛일 것이다. 경기를 활성화하고 창조경제와 규제혁파에 앞장서고 싶은데 스스로가 규제의 중심에 있고, 심지어는 금융산업 발전 장애로까지 비춰지고 있으니 입장이 곤란할 일이다. 하지만 연초에 일어난 카드사 정보유출 때를 한번 회상해 보자. 얼마나 많은 언론들이 당국의 감시 강화와 엄격한 규제를 요구했었던가? 그때의 사회적 요구사항은 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해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탐욕스럽고 엉성한 금융기관들을 잘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하지 않았던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규제라고 하는 것이 잘 살펴보면 사고 터질 때마다 나온 수 많은 대책들이 모아진 것이다. 공무원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규제가 파워라고 생각해서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들은 없다.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가? 뭐하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는 법안이나 규제를 만드려 하면 고위 공무원들이 수시로 감사원, 정무위, 법사위에 불려가 설명과 해명을 강요당한다. 그래서 규제 혁파도 공무원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런 관점에서 핀테크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꽃 피우지 못하고 안방 시장을 외국회사들에 내 주고 있다는 논지는 한쪽 면만 본 것이지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몇해전 카드회사에 근무할 때부터 모바일 기기를 통한 금융산업의 혁신에 대해 예견했다.

그래서 기자들로부터 모바일 카드 전도사라는 애칭도 받았다. 2010년에 모바일 시대에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할 때 시장이나 업계는 냉랭했다. 금융기관들은 모바일 앱 만드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마치 예전에 홈폐이지 만드는 열풍이 재현된 거나 다름 없었다. 내부 프로세스도 같이 변해야 하는 데 금융기관의 모바일 패키지들은 일종의 BB크림에 불과했다.

카드사업은 수수료 사업이다. 수수료 사업은 사업 자체로만 보면 정말 재미있는 사업이다. 마케팅 비용만 잘 관리하면 이익도 대충 예측해서 조정할 수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일 안 하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밴(VAN)사들도 가맹점 계약 맺어서 포스(POS)기기 설치해 놓으면 약정기간 동안 앉아서 수수료를 받는다. 지주, 은행, 카드사나 밴사, 지불대행(PG)사나 어느 누구도 현재의 구도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재 시장점유율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결제 방법이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간편 결제 열풍을 핀테크로 접근해서는 해결책이 안 나온다. 핀테크로 접근하면 핀테크가 우리나라에서 안 되는 이유만 즐비하게 늘어놓게 된다. 테크핀으로 접근해야 기존의 규제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간편결제가 나올 수 있다. 즉 금융의 관점에서 기술을 보면 각종 관행과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별로 할 게 없다. 기술 관점에서 금융을 뿌리 채 흔들 수 있어야 새로운 간편결제가 나올 수 있다. 히트앤드런이나 런앤드히트나 말 장난이지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야구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작전의 차이가 될 수 있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