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합산규제가 필요한 이유

[월요논단]합산규제가 필요한 이유

유료방송 가입자 합산규제를 두고 KT 진영과 반독점을 주장하는 비KT 진영 간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최근 KT의 덤핑 영업이 화제가 됐다. 말썽이 된 사례는 이랬다.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 설치의 운용 및 입주민 대상 혜택 제공’이라는 제목으로 어떤 KT지사가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에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위성방송 수신설비 투자비용을 KT가 부담하고, 187개 채널의 디지털방송을 월 6600원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리 특수관계자라 하더라도 왜 법인도 다른 KT가 KT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을 대행하고 있냐는 것이다. KT가 위성방송 협력사와 함께 제안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부당 내부거래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이처럼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서로 영업을 도와주거나 채널편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당연히 합산해서 규제해야 한다. KT는 합산규제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라고 하지만 2개의 유료방송 플랫폼 즉, 전국 면허를 2개씩 허용한 사례가 전 세계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문제다.

그리고 점유율규제 상한선이 왜 3분의 1인지의 논쟁도 있다.

방송산업에서 최고가치는 다양성과 공정성이다. 그래서 우리 방송법에는 소유제한이나, 최대 출자행위, 시청점유율 등 모두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 및 외국 자본 출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방송매체 간 소유도 33%를 초과할 수 없다. 여론독과점 방지를 위해 시청점유율 30%를 넘어서는 방송사에는 신규 방송사업 금지, 주요 채널 방송광고 금지, 심지어 타 사업자에게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있다. 방송 매출액도 분야별로 특정 사업자가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대체로 33%~30% 선에서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49% 수준을 독과점 판단기준으로 보는 일반 제조업과는 매우 다른 특수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단순한 전송수단인 플랫폼을 점유한다고 해서 방송의 다양성 훼손이나 여론을 독점하지 않으므로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유료방송을 두고 방송이 아니라는 주장과 같아서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마치 6년 전 ‘IPTV는 초고속인터넷의 부가서비스’라는 통신사들의 억지 주장이 생각날 정도다.

이런 시각으로 그동안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IPTV를 덤으로 또는 끼워팔기 수단으로 삼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IPTV, 케이블, 위성방송 모두 미래 방송산업을 이끌어 갈 최고의 방송매체다. 수많은 PP 가운데 특정 채널들을 선택하고, 번호를 부여하는 플랫폼사업자들의 채널편성이야말로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방송행위다.

IPTV가 단순 전송수단이기 때문에 방송의 다양성을 훼손하거나 여론 독점 우려가 없다고 KT가 판단한다면, 방송 사업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있고, 생활이 있으며,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방송이 어떤 것인지를 KT가 깊이 있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합산규제 논쟁 속에 KT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기업의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유료방송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부합하려면 SO의 지역보도 채널을 없애야 한다는 억지에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SO는 지역에 기반을 둔 매체고, 위성이나 IPTV는 전국사업자가 아닌가. 지역 채널은 방송권역에 따른 의무부여일 뿐, 경쟁규제 범주의 것이 아니다.

KT는 세계방송시장이 대규모 투자와 융합 트렌드로 가고 있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KT가 글로벌경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가?

안타깝게도 그동안 보여준 것은 KT가 한국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시장까지 빼앗으며 규모를 키워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협소한 우리 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송통신 기업답지 못하게 크고 작은 갈등의 중심에 위치해왔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방송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짚을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 3분의 1 합산규제가 필요한 이유, 그것도 최소한 3분의 1로 적용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hbyang@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