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의 차이

[기고]1%의 차이

영지버섯은 항암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 현대의 불로초로 불린다. 반면에 영지버섯과 외관상 비슷한 ‘붉은 사슴뿔 버섯’은 잘못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 버섯이다. 두 버섯은 겉모양뿐 아니라 성분도 큰 차이가 없다. 수분 90%에 탄수화물 5%, 단백질 3%, 지방 1% 그리고 무기물질·비타민 1%로 이뤄져 있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단 1%에도 미치지 않는 무기물질의 성분 차이로 결정된다.

아주 작은 차이로 몸에 좋은 버섯이 되기도 하고 독버섯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작은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2009년 미국 최신예 순양함 포트로열호가 호놀룰루 앞바다에서 좌초했다. 미 해군 안전국이 발표한 좌초원인은 엔진문제와 같은 큰 결함이 아닌 항법시스템에 입력돼 있는 좌표 데이터의 오류였다. 잘못된 좌표 데이터가 거대한 전투함을 잘못된 경로로 인도해 좌초시켰고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리비용을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의 정확성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특허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는 발명자에게 배타적 독점권을 허락하는 권리다. 정부가 관리하는 특허데이터에 조금의 오류라도 있다면 효용가치는 영지버섯과 독버섯의 차이처럼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대형선박을 잘못된 길로 인도해 좌초시킬 수도 있다.

특허는 보호기간이 20년으로 다른 정보에 비해 생명 주기가 길다. 정보 오류는 특허분쟁을 야기할 수 있고, 기업이나 국가경제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다. 나아가 특허정보는 전 세계 국가에 제공되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국가 위상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무결점 특허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특허정보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최초로 데이터 품질관리 전담조직인 ‘데이터 관리센터’를 설립하고, 데이터 품질관리 규정도 마련해 기초 체력을 튼튼히 키워왔다.

또 데이터 품질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현업부서에 관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데이터 오너십 제도’를 도입하고, 데이터 오류를 자동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데이터 품질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렇듯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 특허정보는 특허청의 온라인 서비스 키프리스(KIPRIS)와 키프리스 플러스(KIPRISPlus)를 통해 민간에 개방된다. 최근에는 개방된 정보를 활용한 민간의 특허정보서비스 개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중소기업은 특허의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고 이를 이용해 기업의 기술 순위까지 분석해내는 가치평가 서비스를 개발했다. 또 특허괴물이 보유한 특허를 분석해 특허괴물의 공격 예상 기업을 예측해주는 보다 진화된 서비스도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공공정보 활용이 지식재산서비스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오는 2017년까지 66개국 3억5000만건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학생이나 창업 희망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도 특허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특허정보가 이제 국민의 품으로 넘어왔다. 특허정보는 기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의 방향을 정하도록 도와주는 지도다. 품질 높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접근성 확대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지리정보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이 운전자를 목적지까지 이끌듯이 정부가 개방한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정확한 특허정보가 발명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발명으로 이끄는 유용한 정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