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지난 6월부터 추진했던 방송생태계 외주제도개선협의회가 실효를 못 거두고 최종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영상콘텐츠 외주제작 관련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부터 6차례 외주제작개선협의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회의에는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 4사를 포함해, 독립제작사, 드라마제작사,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 학계와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협의회는 당초 방송사·독립제작사와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제작비 산정 및 저작권 분배 기준, 외주인정 기준 등 현안을 논의해 연말까지 공동 상생협의서 채택과 외주제도 개선안을 만들자는 목표였다. 지난 4월 4일 문화융성위원회가 청와대에 콘텐츠진흥계획 보고를 한 이후 후속 조치였다. 이를 위해 6차례 이상 회의를 갖고 이달 주체 간 공동으로 상생협력서를 채택하려했지만 무산됐다. 이처럼 합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외주제작사 측은 조해진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정부가 제기한 ‘외주제작의무화 비율 폐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조해진 의원이 방송사의 특수관계자 제한 폐지를 포함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다 공정위와 국무조정실에서 외주제작 의무비율 폐지를 거론하면서 협의회가 되레 제작사 죽이기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가 편성권을 앞세워 그간 낮은 제작비 책정, 불합리한 저작권 분배 등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는데 되레 의무비율을 없애고 특수관계자 제한을 풀어주면 외주제작자는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독립제작사협회도 현행 외주제작 의무비율과 방송사 특수관계자 제한비율을 폐지한다면 외주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방송사들은 조 의원이 발의한 특수관계자 제한비율 폐지는 외주제작사 의무비율과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조 의원 법안은 기존 외주비율은 특수관계자와 순수 외주비율이 혼재돼 이를 분리하자는 것으로 외주제작사 보호는 유지하되 나머지에 대한 경쟁을 강화해 콘텐츠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취지”라고 반박했다.
외주제도는 지난 1991년 방송영상산업의 다양한 제작주체 양성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편성토록 도입됐지만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의 낮은 제작비 책정, 불합리한 저작권 분배 등 불공정 거래 문제를 제기해왔다. 방송사도 독립제작사의 경쟁적인 출연료 인상 및 회계의 불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주제작 관련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 갈등이 지속돼 왔다.
문화부는 이와 관련 “협의 주체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져 연내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이후에라도 추가회의를 소집해 상생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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