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다음카카오 사장이 최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그룹’을 통해 청소년 음란물이 유통된 것을 방치했다는 혐의인데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월 감청 영장 거부를 선언하고 일선 수사기관과 갈등을 빚었다. 이번 이 사장의 피의자 소환이 일종의 ‘괘씸죄’로 비춰지는 이유다.
비슷한 사건이 오버랩 된다. 게임업계는 지난 몇 년간 ‘인터넷중독’ 주범으로 지목되어왔다.
마약과 다를 바 없다는 치욕스런 시선을 견뎌야 했고 강제로 매출 일부를 징수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그 배경에 단 기간에 성장한 산업을 길들이려는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까. 인터넷 업체는 자신의 서비스가 음란물 등으로 악용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하고 게임사는 과도한 몰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치유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기준으로 모든 책임을 기업에 덮어씌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의 소환 근거가 된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규정했지만, 비공개 게시판을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를 적절히 적용할만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다.
잘못 운영하면 오히려 개인정보보호 침해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로 제정 당시부터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런 식이면 통신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게임중독은 더욱 모호하다. 게임 플레이와 중독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증명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게임중독을 판정하는 기준 자체도 애매모호하다. 매출 일부를 징수해 게임중독 치료에 쓰겠다는 계획도 불분명하다.
언제까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루뭉술한 잣대로 인터넷 기업을 통제할 것인가. 정책 당국이 이젠 낡은 권위주의 프레임을 버릴 때가 됐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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