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포럼 출범]"언제까지 IT강국만 외칠 것인가, 스마트금융 大國 전환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내 주요 민간 금융사가 참여해 만든 ‘스마트금융포럼’ 창립총회에서는 추상적이고 모방 일색인 ‘금융+IT’ 한국 융합 정책을 구체화하고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응집력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업종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제각각이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페이, 텐센트 등 공룡 IT기업의 광폭 행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답을 이제는 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참여기관들의 관심과 기대는 남달랐다. IT강국이라는 케케묵은 ‘자긍심’으로 스마트금융 생태계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은 “금융권 거래 채널이 급속히 비대면으로 전이되고 있고 IT기업이 새로운 경쟁자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며 “금융권도 이러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수화 비씨카드 본부장은 “이제 국내 모든 금융사는 파편적으로 스마트금융 시장 진입에 나설게 아니라 강력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해외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금융포럼이 단순 협의체를 넘어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금융 생태계를 전환할 수 있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인기 KB국민은행 부행장은 “핀테크팀 신설을 검토 중인데 아직 정보보호와 규제 이슈가 상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 사례를 적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범 사례는 흡수하고 스마트금융포럼에서 주요 이슈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언규 KG이니시스 본부장은 “알리페이, 페이팔 제휴를 위해 실제로 업체를 방문했는데 현지에서 느낀 건 나라별로 스마트금융 환경이 매우 달랐다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 변화의 차이를 감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성모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역시 “중국과 미국 결제 인프라 시장이 실제 한국과 매우 다르다”며 “한국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포럼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마트금융포럼이 향후 국내외 금융 시장에서 나타날 스마트결제 시장에 대한 전망과 방향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석중 IBK기업은행 부행장은 “포럼 출범이 시의적절하고 업계가 거는 기대도 매우 크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서민 관점에서 스마트금융이 보다 쉽고 편리한 창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준현 비자카드 이사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벤처정신이 그동안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보안정책이 무엇을 틀어막는 방향보다는 이제 금융정보의 효용성 기반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키는 방안을 찾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식 하나카드 본부장은 “소비자 패턴 변화를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프라인에 있던 것을 온라인으로 단순히 옮겨놓는데에만 집중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스마트금융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으자”고 독려했다.

이기연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도 스마트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금융포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제안하겠다”며 “금융당국과 협조해 체계적인 대응 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참석자들은 포럼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서비스산업에 대한 예측을 먼저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장경훈 하나은행 전무는 “오프라인 채널이 갖고 있는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고객 습관을 바꿀만한 파괴력 있는 간편 플랫폼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해 보다 경쟁력 있는 한국형 스마트금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대근 코스콤 전무는 “코스콤은 핀테크 육성 차원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전자어음 등 경쟁력 있는 스마트금융 분야에서 금융권과 보다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충용 신한은행 본부장은 “이제 데스크톱 기반의 인터넷뱅킹은 손안의 공간 모바일뱅킹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이는 결제 모델의 변화를 가져왔고 직종간 상호 협조체제를 갖춰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시점이 왔다”고 설명했다.

조재현 우리은행 본부장은 “핀테크라는 화두를 금융권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포럼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 수 있는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스마트금융포럼은 내년 3월 ‘IT+금융’ 컨버전스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분과별 정례회의를 통해 다양한 이슈 발굴과 정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