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방산비리 척결, 국방 경쟁력 전화위복 계기돼야

[전문가 기고]방산비리 척결, 국방 경쟁력 전화위복 계기돼야

최근 방위사업 비리가 불거져 나오며 방위사업청은 2006년 개청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까지 ‘방산·군납 비리는 안보 누수이고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방위사업청장을 교체하고 방위사업 비리 전반을 수사하는 최대 규모의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1993년 율곡사업 수사 이후 21년 만에 정부가 군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정에 나섰다.

방산 비리는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심각한 안보 누수이며 이적행위다.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하게 질타해야 마땅하다. 적폐를 반드시 도려내고 척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확한 검증이나 앞뒤 상황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부풀려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으로 단기간에 개발한 국산 무기다. 운용 간 결함 발생이 충분히 예견됐다. 이를 발전적 시행착오로 인식해 근본 원인을 찾아 재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한 문제 제기는 자칫 국가안보와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 대다수 군인과 방위산업 종사자를 마치 죄인인양 매도할 수 있다. 이들의 사기와 열정 저하가 바로 국가안보와 국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율곡사업은 대북 전력격차를 해소하려고 1974년부터 시작한 군 무기와 장비 현대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생겼다. 문민정부가 적발했다. 독자적 국방력 증진계획의 절실함과 군도 결코 비리 성역이 아님을 동시에 확인한 율곡사업이다.

율곡수사를 돌이켜 보면 일부 고위층 부정을 적발한 성과가 있었지만 근본적 제도 혁신은 미미했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수행한 군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우(憂)를 범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만연하는 역효과만을 가져왔다.

이번 방산 비리 척결도 그 취지와 달리 그동안 힘들게 추진한 국산 첨단 무기 개발 잠정 중단이나 연기를 가져오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산 무기 개발 연기와 단절, 그리고 복지부동만 부추기는, 2% 부족한 척결이 되지 않도록 율곡수사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방위산업은 세계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기술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무한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된다. 이스라엘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도 바로 방위산업이다. 이스라엘 국방 예산은 연간 152억달러로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방산 수출은 72억달러로 두 배를 넘는다. 방위산업 경쟁력은 튼튼한 국방력과 경제성장을 좌우할 핵심 국가경쟁력이 됐다.

우리나라 2013년 방산 수출액은 34억달러다. 최근 4년간 매년 21% 이상 성장했다. 방위산업 총생산에서 수출 비중은 아직 10% 수준으로 저조하다. 하지만 과거 탄약과 같은 소모성 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T-50 고등훈련기, 잠수함 등 고부가 첨단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 T-50 고등훈련기 한 대 수출이 중형차 1200여대 수출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방위산업은 군 전력 증강은 물론이고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출 효자산업이다. 무엇보다 성장 침체에 접어든 우리나라 경제에 일자리를 창출할 신산업으로 손색이 없다.

신임 방사청장과 합동수사단은 율곡사업 40주년에 걸맞게 환골탈태(換骨奪胎) 자세로 방산비리 적폐를 근원적으로 척결해야 한다. 아울러 방위산업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파괴적 혁신’을 해주길 바란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예비역 육군 준장) bgwscha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