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 자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이후 아베노믹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아베 정권의 향후 정책 전개가 주목된다.
일본 자민당은 지난 14일 열린 조기 총선에서 전체 475석 중 290석을 얻어 과반을 넘기며 승리했다. 앞으로 정책과 법안 처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투표가 마감된 후 “아베노믹스는 이제 중간정도 왔다”며 “어둡고 정체된 경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아베 정권의 승리로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적극적인 금융완화나 재정투입 등도 기대된다. 시게미 요시노리 JP모건 자산운용 담당자는 “여당의 압승으로 해외 단기 투자자는 움직임이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지난 2007년 1차 아베 내각 당시 닛케이 평균 주가 최고치(1만8261엔)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생산을 해외로 이전하고 수출이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해 엔저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유가 급락 등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도 변수다. 지난 2년간의 일본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는 세계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바탕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와 엔 매도가 반전될 위험성도 있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 내 1만개 기업 중 50.6%가 새해 엔저로 인한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원하는 법인실효세 인하는 새해 시작될 계획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해 재원을 확보하며 최대한 감세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임금지급 체계도 성과를 반영하는 구조로 변경하거나 정규직 구조의 변화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재정 건전화도 과제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 기초적 재정 수지를 흑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당초 새해 예정대로 증세를 해도 달성이 어려워 추가 재정 개선책을 마련해야했지만 일본 정부가 증세를 2017년 4월로 미루며 목표 달성을 예상하기가 더 어려워 진 상황이다.
이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의 장기 국채 신용도를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소비 증세를 미룬 여파 등이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마츠자와 나카 일본 노무라 증권 담당자는 “경기가 괜찮을 때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소비 증세를 진행하지 않으면 재정 운영은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