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일어탁수(一魚濁水)

[프리즘]일어탁수(一魚濁水)

‘일어탁수’는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리게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실수로 여러 사람이 피해를 봤을 때 종종 사용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서 일어탁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해프닝으로 끝날 듯한 사건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대한항공 오너 가(家)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들린다. 진행돼가던 경영세습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재벌가를 포함한 우리 산업계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내부 관리에 소홀했다가는 기업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직접 비교할 사안은 아니지만 A 대기업이 최근 취한 협력사 납품 비리 예방 조치는 좋은 참고 사례다. 국내 어떤 기업보다는 납품 비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A기업은 최근 사고 원천 차단을 위해 각 사업부 구매팀에 상시 모니터링 인력을 두기로 했다.

같은 팀 소속 구매담당자가 협력사 관계자와의 거래 과정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팀에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들리지만 사고 발생 여지를 근본부터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게 A사 관계자 설명이다.

땅콩 회항 사건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너가 문제라고 넋 놓고만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너 가여서 어쩔 수 없다’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오너가라도 검증과 철저한 교육 그리고 관리감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사람의 실수가 미칠 파장이 얼마나 막대한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땅콩 회황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은 내부 시스템을 돌아보고 개선점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자자동차산업부 차장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