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핀테크(Fintech) 관련 규제를 대폭 정비하겠다며 ‘IT와 금융 육성론’을 들고 나왔다. 미·중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IT를 활용한 금융 새판 짜기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T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핀테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해외 눈치만 보는 형국이 됐다. 국내 금융권은 그야말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예·적금 상품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IT를 접목한 핀테크 육성 없이는 길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극에 달했다.
일부 금융사는 별도 핀테크 팀을 신설하거나 IT업체와 문어발식 제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도 금융사도 한국 금융 토양에 맞는 ‘핀테크’ 학습이 덜 돼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가 대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핀테크 연관 산업을 왜 육성해야 하는지 본질을 모른다.
규제를 정비한다고 하지만 핀테크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해외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 사이에 전통 금융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자는 속속 등장했고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이제 대형 은행과도 경쟁 가능한 구조가 돼 버렸다.
한국형 핀테크는 모바일 뱅킹, 그 중에서도 모바일 전자금융 시장이다. 추상일색인 규제 완화 조치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벤처와 핀테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현 단계에서 규제완화를 외치는 건 그야말로 헛구호다.
정부는 이런 단계를 뛰어넘어 민간금융사의 적극적인 IT 도입과 M&A 등 전략적 지원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 협업체계 구성에 나서야 한다.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디지털 분석역량(analytics)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디지털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육성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사업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 없이 넋 놓고 있으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은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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