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신당국이 이동통신사들에게 잇따라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부당요금 청구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내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에 과징금 1억500만달러(약 1137억원)를 부과키로 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관계 기관을 통한 불법행위 확인 등의 절차는 모두 끝난 상태고, 현재 5인으로 구성된 FCC 위원들의 최종 투표만 남겨 놓고 있다.
스프린트는 자사 고객들에게 ‘오늘의 운세’ 등과 같은 신청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 요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몰래 청구해 왔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2위 이통사인 AT&T에게도 1억500만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난 7월에는 4위 사업자인 T모바일에게도 부당요금 청구 혐의가 적용됐으나, 불복 신청을 해 현재 법정 다툼 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부당요금 청구’는 악습처럼 굳어진 오랜 관행이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던 관계 당국도 이번엔 과징금 액수를 크게 올렸다. 부당 취득 금액 전부를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AT&T가 물어주기로 한 1억500만달러 가운데, 8000만달러는 전액 고객 환불금이다. 나머지 금액은 과징금 징수와 환불에 따른 수수료다.
미 상원 상무위에 따르면, 미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부당하게 지불하는 통신 요금은 한 해 수억달러 규모다. 주로 연예·가십 기사를 비롯해 벨소리, 음악 등 각종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CP)의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으로 청구된다.
금액도 작고, 요금내역서에도 ‘사용요금’(Usage Charges) 등의 방식으로 여러 항목이 뭉뚱그려져 나와, 꼼꼼히 따져보기 전에는 부당청구 여부를 확인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동안 미 이통사들은 “부당청구는 일부 불량 콘텐츠공급업체(CP)의 짓이지,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논리로 법의 심판을 비켜왔다.
하지만 통신요금 관련 감독기관인 FTC는 CP의 관리·감독 책임을 이통사에 묻는 방식으로 과징금 부과를 강행시켰다. CP의 불법 행위로 이득을 얻는 이상, 이통사 역시 법적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은 “AT&T 외에도 다수의 이통사가 부당요금 청구건에 연루돼 있다”고 말해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내 대다수 이통사들이 이번엔 법의 칼날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