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선진국이 위기감을 느끼는 지금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 경제와 산업은 2014년 경기 둔화 속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표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힘든 한해를 보냈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지표가 연이어 후퇴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OECD에 따르면 우리 제조업의 혁신도는 38.3%로 독일(83.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프랑스(56.1%)·일본(50.4%)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경쟁력위원회와 딜로이트 자료에서도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지난 2010년 세계 3위에서 2013년 5위로 낮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2018년엔 6위로 한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사에서도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2년 넘게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 했다. 국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8.7%에 달했으나 2013년 0.7%로 크게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7.8%에서 5.7%로 내려갔다.
위기감이 계속되자 우리 정부도 ‘혁신’ 카드를 꺼냈다. ‘제조업 혁신 3.0’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기업인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융합형 신제조업 육성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체화한 제조업 혁신 3.0은 △융합형 신제조업 창출 △주력산업 핵심역량 강화 △제조혁신기반 고도화 △해외 진출 촉진 등 4대 전략과 8대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제조업 혁신 3.0의 핵심은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융합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제조업 혁신으로 창조경제의 성과를 조기에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의 일환으로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 △스마트 공장 보급·확산 △IT 기반 에너지 신산업 창출 △주력 산업별 핵심 소재부품 개발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 중이다.
때맞춰 중국·캐나다·베트남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도 전해졌다.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FTA를 타결했고 신흥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도 FTA 협상을 마쳤다. 한·캐나다 FTA는 새해 1월 1일부터 발효돼 한국산 컬러TV와 세탁기의 수출 관세가 없어진다. 우리 수출기업으로서는 세계 시장에서 보다 좋은 조건에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새해 우리 경제와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정부의 혁신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기업의 자체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은 경기 부진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던 탓이 컸다. 기업 스스로 근원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부 역시 세계 주요 국가의 혁신 기조에 뒤지지 않는 강력한 지원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새해 한국 경제와 산업의 ‘점프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