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 세계인의 습관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해 국경도 없이 빠르게 퍼져나간 상품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 이런 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어떤 전략으로 우리의 마음과 지갑을 반복적으로 열게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습관처럼 사용하는 상품은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첨단기술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 니르 이얄은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수년간 습관 형성 상품(habit-forming product)에 숨겨진 비밀을 풀기 위해 연구와 조사를 거듭했다.
행동경제학, 소비자심리학,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등 관련 분야의 이론을 적용하고 행동 설계 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의 공통된 패턴을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2011년부터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했다. 자신이 정립한 이론을 테스트함과 동시에 실제에서 얻는 새로운 통찰을 더해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후 스탠퍼드경영대학원에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이란 과목으로 강의하면서 완성한 것이 바로 ‘훅’ 모델이다.
저자는 최근까지 소개된 인간 심리에 관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인용하면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의 핵심은 ‘인간의 심리적 특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있음을 강조한다. “당신이 지금 개발하는 신상품이 비타민인가, 진통제인가?”라는 상투적 질문에 많은 투자자나 경영자는 즉각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진통제’ 류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매일 먹는 습관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비타민’ 류의 상품이 오히려 기업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습관 형성 상품은 처음에는 비타민처럼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없으면 안 되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훅 모델은 신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기획 시 ‘계기→행동→가변적 보상→투자’라는 4단계의 반복적 패턴을 적용하며 자신의 상품이 고객의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
저자는 습관 형성 상품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중독’이나 ‘유해성’ 같은 윤리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대로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을 자녀가 쓰지 않도록 접근을 차단했다고 하고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상품의 ‘중독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중독이 갖는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자도 훅 모델의 기본 전제가 ‘습관’이기 때문에 기업이 고객, 즉 사용자를 조종하는 데 윤리적인 측면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기업이 훅 모델을 통해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고 염려하며 ‘당신이 만드는 상품이 사용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 단계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 과욕 부리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가장 부족한 단계가 어디인지를 파악해 상품 개발자를 넘어 마케터, 그리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니르 이얄, 라이언 후버 지음. 조자현 옮김. 리더스북 펴냄. 15000원.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