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PG)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곳곳에서 한숨이다. 기획재정부는 LPG에 할당관세 2%를 적용해오다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2011년 5월 무관세화 했다. 최근 세수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저유가로 물가 상승이 억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 LPG에 할당관세를 다시 적용한다는 것이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발표 시점이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전기, 가스요금 인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장 반영이 어렵더라도 유가 하락이 가계 부담을 얼마나 덜 수 있는지 찾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 사이 정부가 준비하고 있던 것은 반대로 에너지 요금 인상안이었다. 하필 대상도 대표 서민 연료로 불리는 LPG다. 택시,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산간지역, 음식점 등이 LPG 주 소비처인 것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과 발언과 더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LPG 수입사에 부과되는 2%의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산업계의 부담은 더하다. LPG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대체재다. 관세 적용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LPG 판매사는 수요 감소로 영업에 타격을 받고 석유화학업체는 생산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은 형평성 논란도 있다.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는 관세를 부과하지만 석유화학업체가 직접 수입하는 나프타는 관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악의 부진으로 원가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는 정유사에게 관세 1% 무게는 남다르다.
결국 세수 부족 탓일까. 기름값 인하를 외치면서도 유류세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세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만 건드린다. 관세 적용 대상과 시기를 잘 택했다는 평가가 정부 안에서 나올지 몰라도 국민 반응은 냉랭하다.
이번 조치에 따른 세금은 연 1800억원 수준이다.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 것이다. 저유가 최대 수혜자는 정부인 셈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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