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는 단순히 전력을 조절·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핵심 부품이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환경 규제와 에너지 절감 이슈 등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전력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이 분야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00억달러(약 3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19년 400억달러(약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선도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 55%, 유럽연합(EU) 21%, 일본 20% 순으로 상위 3곳이 세계 시장의 96%를 점유했다. 미국과 EU는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일본은 가전용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
인피니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전력반도체 기업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인 인터내셔널랙티파이어(IR)을 비롯해 맥심·NXP반도체·프리스케일·비쉐이인터테크놀로지·로옴· 페어차일드세미컨덕터 등이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활약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매그나칩반도체·LS산전·실리콘마이터스·동부하이텍 등 약 40여개 기업이 전력반도체를 개발한다. 특히 실리콘마이터스는 중소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력반도체 개발에 집중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일부를 제외하면 자동차, 휴대폰, 디지털가전 등에 사용하는 전력반도체의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취약하고 전력반도체를 포함한 아날로그반도체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아날로그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선진국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전력반도체 설계-제작-테스트-패키징 생태계를 비롯해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전압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공정과 설계기술이 취약한 것도 한계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반도체 선두기업인 TI의 경우 관련 인력이 4000여명에 달하지만 국내에서 전력반도체를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인력은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관련 교수진도 20~30명 수준으로 해외 선진국보다 크게 뒤쳐졌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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