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ICT강국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에서 ‘앵그리버드의 나라’가 됐다. 거대 기업 하나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경제 체력을 기르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창업’이라는 키워드를 산업 전반에 제시했다.
효과는 눈에 띄었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는 2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클래시오브클랜 돌풍’을 일으킨 게임사 슈퍼셀은 게임만으로 1조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두 회사 모두 몇 백명 남짓의 임직원이 일궈낸 성과다.
핀란드가 창업 벤치마킹 국가로 떠오른건 국가 주도적인 ‘창업 드라이브’가 가장 주효했다고 평가 받는다.
정부, 교육기관, 학생, 기업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창업생태계를 형성했다.
정부는 중학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에서 직업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기업은 학생인턴을 적극 수용, 우수인력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스타트업사우나’를 만드는 등 민관이 동시에 나서 창업 열풍을 구성했다.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역할분담을 하는 과정에서 핀란드 창업 열풍을 꽃피웠다.
핀란드 국가 전체 법인세의 23%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이 가져다 준 교훈은 컸다. 실패였지만 실패보다 값진 가르침을 줬다.
오히려 노키아를 반면교사 삼아 핀란드는 IT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키아에 있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쏟아져 나오면서 위험을 감수한 창업문화가 생겨난 이유도 있다. 한순간에 큰 기업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며 많은 젊은이가 굳이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고도 살길을 찾게된 탓도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세를 몰아 IT 산업에 집중한 국가적인 창업 프로젝트를 발동시켰다. 모바일 게임만으로 전 세계를 호령한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의 성공 사례를 재차 강조했다.
핀란드에선 지난 2009년에 MIT와 스탠퍼드대학의 창업 문화에 자극을 받고 귀국한 학생 4명이 ‘알토대학’을 만들었다. 공학, 경영, 디자인 등 여러 학문 간 융합으로 IT 창업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부였다.
로비오를 비롯해 1000여개의 기술센터와 스타트업, 핀란드 기술 연구소, 기술혁신 지원청이 입주해 있다.
또 다른 지원책은 ‘스타트업 사우나’다. 핀란드의 알토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으로 연결해 주는것이 목표다.
특히 핀란드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창업 및 네트워크를 구축할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준다. 물론 직간접으로는 핀란드와 관련성을 갖춰야 한다.
스타트업 사우나도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문화가 있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려는 관행이다. 성공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따른 물적, 시간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든지 창업할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6주간 집중 멘토링을 해준다. 매년 100만유로(약 13억3000만원)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예비 스타트업 인을 양성하고 있다.
노키아 없는 핀란드는 유로존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경제 수치를 과시하고 있다. 500만 남짓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유럽 국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