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에 빠진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을까

TV에서 우연히 고독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가볍게 보던 마음이 무거워진다. 혼자가 된다면 누구든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까.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늘어난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가족 해체 현상 같은 원인까지 겹쳐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고독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로 노년층에서 나타나던 고독사는 요즘 들어 연령대가 40∼50대 혹은 청년층까지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KBS 보도에 따르면 연령대별 고독사 발생 비율을 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50대로 29%였으며 이어 60대(17.7%), 40대(16%) 순을 나타냈다. 70대(9.1%)와 30대(6.2%) 등까지 감안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 국내에서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는 1,717명이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그들은 혼자다. 원래 혼자가 아니었던 그들이 혼자가 되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이유나 가정 불화 혹은 가족의 죽음 등이다.

우리 사회는 행복의 기준에 돈이 포함된다. OECD 국가 중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정 불화나 가족 해체의 원인 대부분은 돈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혼자가 된 사람들은 돈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겪는다. 돈이 없어 생계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더 외로워지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3.9%였지만 오는 2025년에는 31.3%에 달할 전망이다.

또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이웃과 소통하지 않는다. 혼자가 된 그들에게 아무도 다가가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들끼리도 서로 소통이나 유대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웃 간의 정은 줄었고 생존 경쟁은 치열해졌다. 인간 관계가 삭막해졌다.

바로 옆집에서 이웃이 죽어도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혼자만의 공간과 세계에 갇혀 지내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그들은 이후로도 편안하지 못하다. 발견되기까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찾는 이가 없으니 죽음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 이웃 일본의 고독사에 대처하는 법=고독사는 개인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다. 그런 만큼 이미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고독사나 가족 해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1970년대부터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2007년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급성질병 통보 장치를 만들고 안부를 살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노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안심카페 같은 걸 운영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 돌보미 서비스처럼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런 정책은 보통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고독사가 취약계층에게만 찾아오는 건 아니다. 보편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좀더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그들을 외롭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그들이 혼자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고립을 막기 위한 대인 활동 등 예방 차원 지원도 선행되어야 한다. 독거인의 경우 사회적으로 단절되지 않게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공식·비공식적 사회관계 유지를 통해 대인관계를 지속한다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고독사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가족 관계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가족 차원 부양에서 이뤄지는 내용이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원활하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 가족 기능 회복이라는 예방 차원 대책을 마련해야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독거인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독거인의 경우 사회의 도움을 꺼리기 일쑤다. 공식적인 도움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회 일원으로 편입하려는 적극적 의식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다. 함께 살아가서 사회다. 이런 세상에 고독사라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젠 대책을 마련하고 변화해야 할 때다.

글·최현민 칼럼니스트(중앙대학교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