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가 R&D혁신, 어떻게 풀어야 할까?

[ET단상]국가 R&D혁신,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혁신의 묘수를 찾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연구현장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연구성과 확산 및 실용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도 읽힌다.

사실 연구성과 확산과 실용화 문제는 창조경제 구현 목표와 연계해 이미 과학기술계 일부에서 정부의 지나친 사업화 중점 시각을 우려할 정도로 다양한 정책들이 강구·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연구성과 실용화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걸까.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발전했음을 나타내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이른바 빠른 추적자로서 모방·소화·개량 중심의 개발연구에 치중했을 때는 이런 문제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R&D를 둘러싼 여건이 지금은 크게 바뀌었다.

국가 총연구비 규모가 60조원에 육박하면서 GDP 대비 R&D 투자율 세계 1위, 절대규모 세계 6위 수준에 도달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3만개를 넘어섰고, 대학은 교육을 걱정할 정도로 연구활동 참여가 활발하다. 당연히 공공부문 연구영역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연구영역에서 창출되는 연구성과들이 대부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야 한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죽음의 계곡이라 했을까. 단편적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 R&D 혁신방안을 위해 이 난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기초·원천연구 성격상 연구성과를 바로 실용화로 연결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라면 이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사업을 신설 또는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담당할 주체들을 키워야 할 것이다.

세계적 기초 원천성과 창출에 주력해야 할 주체들이 이쪽까지 담당하게 되면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프런트 러너(Front Runner)가 되기 위한 세계적 원천성과 창출은 누가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둘째, 우수한 원천성과를 기업화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라이선싱, 기술매매 등 다양한 기술이전 방안을 고려할 때 지금의 공공기관 내부에 설치돼 있는 미니 TLO(기술이전조직)만으로 제대로 된 임자를 찾아주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TLO를 키우는 것이 답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전담 TLO를 설치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셋째, 수요와 동 떨어진 연구성과가 문제라면 연구주제 선정 단계부터 R&D 전 주기에 걸쳐 수요 지향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총연구비가 60조원에 육박하지만 이것은 전 세계연구비의 3%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97%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떤 부문이 경쟁 가능성이 있는지, 계획대로 성공하면 과연 성과 활용·확산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주제가 선정될 때 비로소 어렵게 창출된 연구성과가 빛을 볼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외에도 성과확산 및 실용화에 필요한 자금지원, 실용화 제품의 구매지원, 규제 요인의 발굴·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김상선 한양대 특임교수 sangseon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