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가운 광통신소자 첫 예산확보

[기자수첩]반가운 광통신소자 첫 예산확보

“과거엔 우리가 칩을 제작해 중국으로 수출했는데 이제는 역으로 수입을 하는 상황입니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상당수 업체가 폐업했고 이제 남은 것은 4~5군데에 불과합니다.”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광분배기 전문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광통신소자의 일종으로 빛을 여러 가닥으로 분배하는 광분배기는 한 때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던 분야다. 현재 세계 시장 규모가 8000억원에 이르며 기가인터넷 발달로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광분배기 업체는 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에 밀려 이젠 고사 상태다. 그나마 남은 업체들도 연구개발(R&D) 결과를 검증하고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분배기뿐만 아니라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포토다이오드 등 많은 업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 지원이 거의 없었던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지원을 하려고 해도 관련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소관 업무가 없어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 한 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정부가 바라만보고 있다는 업계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가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참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광통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업계는 향후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미래부는 우선 기술 개발만 해두고 사업화에는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제품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R&D를 비롯해 지속적인 사업 지원을 위한 센터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 광통신 산업 발전 전략도 수립할 방침이다.

향후 통신 시장이 광통신 기반으로 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현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무선통신 기술도 결국엔 진보된 유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광통신소자 분야를 시작으로 정부 지원이 절실한데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산업은 없는지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