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완료된 요양급여청구를 전산으로 재심사를 실시, 환수하는 방안을 놓고 병원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병원들은 이미 심사와 지급이 이뤄진 청구내역에 대해 기계적 전산심사를 다시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반면 심평원은 계속해서 전산 재심사로 발견되는 잘못된 청구에 대해 환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심평원이 진행하는 전산심사 재환수는 불합리하다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문제제기 했다고 23일 밝혔다. 심평원은 요양급여청구 심사 전산시스템을 가동해 과거 5년간의 청구내역을 전산으로 재심사했다. 과거 수작업 시 실수 등으로 잘못 지급된 건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보험금액을 환수하고 있다.
문제는 심평원이 과거 심사 내역에 대해 재심사를 진행한 후 환수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법에는 관련 근거가 없고 민법에 부당 지급에 대한 환수 근거만 있다.
병원은 심평원의 실수로 지급된 것을 부당지급으로 보는 것은 법을 확대해석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관계자는 “반대로 병원이 지급 받아야 하는 내역에 대해 지급을 받지 못했을 경우 재요청을 하는 것은 3년으로 돼 있다”며 “재요청 기간도 5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이 심평원의 재환수 요구에 반박하는 증빙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병원 관계자는 “최근 병원 경영환경 악화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5년 동안의 엄청나게 많은 자료에서 재환수 반박 자료를 찾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기계적인 전산심사도 문제가 있다고 제기됐다. 실제 상황보다는 데이터만 가지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 등 데이터만을 가지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미 이러한 사례들이 발생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협회는 재심사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평원이 재심사와 조정 등을 필요로 하지 않도록 내부 심사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적 법적 장치를 마련, 재심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것과 1차 심사결정통보건 중 병원의 이의신청 반려 건에 대해서도 적정심사여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류항수 병원협회 보험국장은 “오히려 급여기준이 수차례 개정돼 병원이 적절하게 심사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가 늘고 있다”며 “복지부와 심평원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이미 협의를 완료한 내용을 가지고 병원협회가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