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파수 소위 결성··· 700MHz 다시 전운

국회가 700㎒ 주파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소위)를 결성하면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주파수 분배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주파수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국회 소위는 사실상 정부에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700㎒ 할당하도록 압박하는 게 활동 목적이어서 새해 초부터 다시 논란이 예상됐다.

2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조해진, 강길부, 심학봉 의원(이상 여당), 전병헌, 최민희 의원(이상 야당) 등 여야 의원 5명으로 구성된 주파수 소위가 결성됐다. 오는 26일 첫 모임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첫 모임은 주파수 관련 현안 파악을 중심으로 보고 위주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소위는 주파수 할당을 결정하는 국무조정실 주파수 심의위원회에 어느 수준까지 의견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미방위 반대로 세입 예산안 항목에서 제외됐다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결 소위)에서 다시 포함된 700㎒ 세입 예산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미방위 관계자는 “주파수는 소중한 공공재고 국민 자산인데 정부 임의대로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가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간여한다는 지적은 정부의 주장일 뿐 어느 나라든지 주파수 용도는 국회에서 공용성을 따져 결정하고 있다”고 소위 구성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미방위 위원들은 지난달 14일 주파수심의위원회가 700㎒ 대역 20㎒ 폭을 재난망에 할당하기로 결정하자 크게 반발했다. 700㎒ 대역 중 698~752㎒ 54㎒ 폭을 UHD 방송에 할당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주파수 정책 관련 소위 구성을 합의하면서 직접적인 정책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는 노골적으로 지상파 UHD 방송에 700㎒ 할당을 주장해왔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와 11월 공청회에서 여야 미방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비판하며 지상파 방송사 편들기에 나섰다. 이번 소위 구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 주파수 정책 결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 행보는 정부 주파수 정책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부 정책에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견제 차원을 벗어나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주파수 부족 해결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의 중장기 주파수 정책 수립에도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우려됐다.

정부 통신 정책을 담당했던 관료출신 한 인사는 “국회가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인데 입안 단계부터 국회가 개입을 하면 어느 부처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상반기까지 700㎒ 대역 나머지 88㎒ 폭의 사용 용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회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존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을 3.0으로 수정해 UHD 방송에 700㎒를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