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 한편이 연말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 이후 영화 ‘인터뷰’ 개봉 여부가 북미 간 사이버 전쟁 양상을 보이다, 전격 영화 개봉이 이뤄지면서 현실은 ‘스릴러 영화’같이 전개되고 있다.
◇소니, 일주일만에 ‘인터뷰’ 전격 상영=영화 인터뷰의 운명은 8일만에 뒤집어졌다. 당초 소니픽처스는 지난 18일 영화 ‘인터뷰’ 개봉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 영화를 미국 전역에 개봉하면 9.11사태와 같은 테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협박 메시지를 받았고 개봉을 예정에 앞뒀던 각국 영화관들도 개봉철회를 요구하는 등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한 나라를 지목해 해킹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 뒤 북한은 혐의를 강력 부인, 미국에 공동조사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소니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독립극장 2곳을 포함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무차별 배포에 들어갔다. 소니가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상영을 결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및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해킹 공격을 ‘사이버 반달리즘’에 해킹 공격을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 역시 소니가 자신감을 회복하게 만든 배경이었다.
지난 22∼23일 반북 단체의 공격 또는 미국의 보복 조처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북한의 인터넷망이 다운된 것도 소니의 영화 개봉 전략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 위원회 제1위원장을 암살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는 개봉 전부터 시끄러웠다. 북한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애초 10월 개봉 예정이었던 날짜를 12월 미뤘다. 주요 장면도 편집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부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얼굴을 삭제하는 등 영화 개봉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사태는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사와 해커의 대결에서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 전쟁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니픽처스 해킹…회사 기밀 유출부터 9.11 운운 협박까지
개봉을 앞둔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픽처스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결국 해킹 당했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닷넷(Recode.net)’에 따르면 소니픽처스의 컴퓨터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됐다. 컴퓨터 화면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빨간 해골 그림과 함께 해커가 ‘GOP(평화의 수호자)’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소니 중앙 서버에서 갈취한 회사 기밀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해킹으로 이미 소니픽처스의 미개봉 영화 ‘퓨리’ ‘애니’ ‘미스터터너’ 등은 인터넷에 유포됐다. 소니픽처스의 하반기 기대주였던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영화 ‘퓨리’는 지금까지 88만건이나 불법 다운로드 됐다. 이번 공격은 ‘인터뷰’ 영화 개봉을 막기 위한 위협이었다. 소니픽처스의 직접적인 연말 흥행 수입에 엄청난 타격을 줄 목적이었다. 회사 내부 정보 유출 뿐 아니라 영화를 개봉하면 9.11사태에 준하는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해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조만간 세계가 소니영화사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공포로 가득할 것이다.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라”라고 언급했다. 소니픽처스 직원들에게도 신변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이메일도 도착했다.
대다수의 사람이 영화 개봉 전부터 공식 성명을 통해 개봉 취소를 강력히 요구했던 북한을 해킹 용의자로 지목했다.
◇희대의 해킹사태는 아직 현재진행 중
북미 사이버 전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형이다. 북한 전체 인터넷망까지 다운된 사태를 두고 소니픽처스 해킹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라는 설이 제기 됐지만 아직 미국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소니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세력의 추가 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이 연일 강경대응책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소니픽처스사의 영화 ‘인터뷰’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