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의 첫 관문이 될 IT시스템 통합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가 고객 서비스와 혜택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IT통합을 주창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하나금융의 ‘IT통합로드맵과 추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예금 양도거래에 이자 정산을 삭제하는 등 고객 서비스 혜택을 대폭 하향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복 고객의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10월 완료를 목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IT통합 작업이 추진 중이다.
본지가 입수한 하나금융의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갭(GAP)분석과 설계를 거쳐 내년 4월 개발 및 단위 테스트 완료, 9월 통합테스트 완료를 통해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로드맵 과정을 보면 시스템 통합의 핵심인 개발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서식개정과 고객정보, 암호화 등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개발기간을 4개월로 단축시킨 것이다.
통상 전산관련 IT 프로젝트는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각 업무당 공수산정을 거쳐 최종 개발기간과 총 기간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5층짜리 건물을 올릴 때 한층 올리는데 총 기간이 얼마나 걸리고 층당 콘크리트 투입양, 철근 양 등을 산정해 총 건설기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IT통합은 모든 공수산정 없이 내년 10월로 통합 완료한다는 상명하달식 로드맵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 공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간을 무리하게 4분의 1로 단축하면서 IT통합준비단에 떨어진 주문은 고객 서비스 항목들을 무더기로 없애 기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고객사용이 적은 여러 서비스를 없애는 작업이 추진된다. 대표사례가 마이너스 통장 금리 산정이다. 외환은행은 추가 마이너스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요구불 통장 하나에 추가 대출분까지 포함시킨다. 반면에 하나은행은 추가 마이너스 대출을 받으려면 요구불 통장 2개를 만들어야 하고 이 중 더 비싼 금리를 적용하는 전산 방식이다. 두 개의 서비스 중 하나은행 방식으로 통합이 추진 중이다.
수신예금 양도 거래에 있어서도 고객 서비스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정기예금 명의신청을 하면 거래 기간 동안의 이자와 원천징수까지 전산시스템이 정산해준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예금주 명의만 바꿔준다. 나머지는 수작업 등으로 하는데 시스템이 통합되면 명의이전 시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 IT관계자는 “양 은행의 프로세스는 근본부터 다른 점이 많아 1년이라는 기간에 통합한다는 것은 껍데기만 바꾸는 작업에 불과하다”며 “외환 시스템은 실제 창구에서 모든 규정 등을 전산에서 걸러내는 인프라지만 하나은행은 전산 조작자가 규정을 숙지해 판단을 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점에서 위규거래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은행 전산시스템 관계자는 “타 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최소 개발기간만 2년을 잡는데 몇개월 개발기간을 거쳐 두 거대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것은 KB주전산기 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라며 “100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을 버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의 계정 시스템은 8~10년 주기로 돌아간다. 기존 시스템에서 차세대로 넘어갈 때 통상 8~10년을 주기로 잡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차세대 도입은 2009년 완료했다. 결국 현재 두 은행간 전산 통합작업과 별개로 최소 3년내에 하나은행은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통합 비용이 매몰비용으로 버려지는 셈이다.
<[표] 은행 IT통합 사례 비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