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의 창조경제 성과를 한 자리에서 소개했던 ‘창조경제박람회’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박람회 참가기업 중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의 크라우드 펀딩 이벤트였다.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자를 통해 모으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은행이나 금융회사 등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신기술의 집합소이자 자금유치 창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모의 크라우드 펀딩은 박람회 관람객이 박람회 앱을 다운받으면 가상금액 100만원이 입금되고, 1번에 10만원씩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박람회 기간 동안 2320명의 참가자가 앱을 다운받았고, 총 106개 기업에 투자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전시장에 위치한 기업 부스를 방문해 전시 기술을 살펴본 후 모의투자를 했다. 국내에선 법에 가로막혀 크라우드 펀딩이 실시되지 못하는 만큼 간접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벤트 최종 집계결과 투자유치 금액은 6억3480만원에 달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관람객들이 모의 크라우드 펀딩 이벤트에 대거 참여해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참여 업체간 순위경쟁도 치열했다. 최종 집계결과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정해졌다. 1위는 총 2670만원을 유치한 디앤소프트(대표 김성수)가 차지했다. 디앤소프트는 스마트폰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유아학습 벽보 ‘터치스쿨’로 최다 금액을 모금했다. 터치스쿨은 스마트폰을 벽보에 갖다 대면 벽 그림의 내용을 자동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며, 사물과 글자를 매칭시켜 아이 스스로 글자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아용 스마트 교육 교구를 개발한 아토큐브(대표 한상택)는 총 2520만원을 모금해 150만원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아토큐브는 각 면에 각기 다른 패턴이 그려진 스마트 주사위를 이용해 제시된 패턴을 완성하는 창의력 향상 교육 교구다.
스마트메뉴판을 선보여 2350만원을 모금한 우리요(대표 최영)는 3위를 기록했다. 또 1000만원 이상 모금에 성공한 기업이 16개나 됐다. 실제 돈이 아니긴 하지만 크라우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1위를 차지한 김성수 디앤소프트 대표는 “전시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터치스쿨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민 것이 모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1위를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금 모금은 물론이고, 제품 홍보와 선판매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국내에도 서둘러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영문 버전 콘텐츠를 개발하면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금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