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에도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개미도 선호하는 방향이 있다. 실제 대부분의 개미가 새로운 공간에서는 ‘좌회전’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바위에 서식하는 유럽의 ‘바위개미’는 눈앞에 처음 보는 갈림길이 나타났을 때 대부분이 좌회전한다는 연구 논문이 영국 왕립학회(British Royal Society) 전문지 생물학 레터스(Biology Letters)에 게재됐다.
바위개미의 이 같은 집단적인 습성이 개미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연구 논문은 밝혔다.
다수 국제 연구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물이 동작이나 감각에서 오른쪽과 왼쪽 중 한쪽을 선호한다는 경향을 증명해왔다. 황새목 저어새 과의 일종인 따오기가 무리를 지어 날 때 정확한 V자형을 그리는 것도 한쪽을 선호하는 생물의 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이 발표 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90%는 오른손잡이다. 양봉 꿀벌은 주로 오른쪽 눈을 사용하여 사물체를 인식한다.
연구팀은 유럽의 ‘템노토락스 알비펜니스’라는 이름의 개미를 대상으로 연구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개미 군집 8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각 군집에서 개미들이 새로운 둥지를 탐험하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처음 둥지에 들어선 개미들은 평균 좌회전을 35번, 우회전을 19번 했다. 2배 더 많은 개미가 좌회전을 한 셈이다.
다음 실험에서는 두 갈래의 분기점이 여러 개 설치된 공간을 이용했다. 개미들은 두 번째 분기점 이후 좌회전을 50번, 우회전을 30번해 왼쪽 방향을 더 자주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에드먼드 헌트 브리스톨 대학 연구원은 “지금까지 개미를 가지고 진행한 실험이 결정적으로 개미의 습성을 판정 짓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보통의 통계적 기준 하에서 판단했을 때, 이번 실험은 개미가 좌회전에 치우쳐 생활한다는 습성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미가 왼쪽 방향을 선호하는 이유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개미는 왼쪽 눈으로는 포식자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오른쪽 눈은 방향을 찾는데 이용한다. 포식자를 빨리 알아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위험을 감지하는 눈이 있는 왼쪽 방향을 선호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개미가 살아가는 군집은 복잡한 미로 모양이다. 왼쪽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미로 속에서 살아가는데 더 유일한 전략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복잡하게 꼬인 군집에서 모든 개미가 왼쪽을 선택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개미가 처음 맞닥뜨린 개미 군집에서 한쪽으로 방향으로만 회전해 움직이면 더 빨리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원리도 한 몫 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