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이라는 단어가 소프트웨어(SW)업계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창조경제가 미생에 그치지 않고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되려면 ‘창조’ ‘창업’ ‘창직’을 확산하고 성공시키는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SW개발 인력의 수와 함량이다. 우리는 중국 샤오미와 알리바바 성공신화를 경계하면서도 부러워한다. 그 성공은 넓은 시장이 아니라 우수한 SW개발자가 있어 가능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 40개의 SW대학을 새로 설립해 SW인력 양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해마다 25만명 이상의 개발자가 늘고 있다. 해외파 개발자도 자국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귀국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성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대한민국 미래가 ‘창조’에 있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창조를 실기하고 실패하면 우리경제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직도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비판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사기를 꺾는다. 심지어 2015년 예산조정위원회 초기에 창조경제 예산을 우선 삭감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1960~1970년대 경제개발시기에 시작한 포항제철을 포함한 중화학공업, 반도체 등 전자산업에서 우리는 경험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미만의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당시 창조산업에 제대로 투자를 한 결과, 현재 세계 무역 8대국이 됐다.
둘째는 ‘창업’이다. 미국은 리먼사태 이후 9.97%이던 실업률이 5.8%로 호전됐다. 벤처 같은 창조기업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스타트업 기업의 확대를 위해 생태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10개월 동안 벤처투자액은 1조2295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기술형 벤처창업이 더디다. 2012년 2만8193개, 2013년 2만9135개, 현재 2만9524개로 최근 몇 년간 벤처기업의 증가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도 중요하다. 1998년 창업해 겨우 15년된 구글의 시가총액은 394조원, 세계 2위 IT기업이다. 이에 비해 IT강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삼성전자는 193조원으로 6위에 불과하다. 불과 25년 전인 1989년, 세계 10대 IT기업 중 8개가 히타치, NEC, 샤프 등 일본계 회사였지만 현재는 애플, 구글, MS, FB, 알리바바, 아마존처럼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SW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듯이 1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SW가 세상을 먹어치운다’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SW로 달린다’고 할 만큼 제조·서비스·문화·생활 깊숙이 SW중심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창업 4년 만에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추월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는 단말기 제조사가 아니다. MIUI라는 운영체계와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시장을 확대하는 SW회사다. 광고와 판매망 없이 인터넷으로 원가 수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후 SW로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도 SW기업이다. 불과 2~3년 사이에 우리SW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창조, 창업, 창직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SW개발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SW개발자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설계능력을 갖춘 고급 개발자는 더더욱 부족한 게 우리현실이다.
우리나라 SW산업인력은 18만명 내외다. 인도와 중국은 해마다 늘어나는 인력만 25만명 이상이고 국가 엘리트급이다. 우리는 2년제 전문대학을 포함해 1년에 1만1000명 정도가 배출되고 함량도 심각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SW개발인력 4만506명 중 절반 이상인 2만409명은 해외에서 채용했다. 국내에서 찾을 수 없어서다.
고급개발자가 없어 초급개발자라도 채용할 수밖에 없는 SW기업들의 인력구성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수익 악화로 이어져 개발자에게 좋은 대우를 하기가 어렵고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스스로 3D직종이라고 아우성친다.
초급개발자들만 배출되고 SW인력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30여년 전 SW개발능력을 익혀 대학 3학년 때 창업을 한 필자로서는 통탄할 일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선 SW제값받기, 근무환경개선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문 교육을 통해 ‘고급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대안이다.
초급SW개발자를 양성해 취업시키는 정책과 함께 전문적 고급개발자 교육을 받게 해 창업과 취업을 시키는 또 다른 트랙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기업이 직접 양성하는 ‘일학습병행제’도 확대해야한다.
미생과 달리 완생은 상대방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완전히 살아있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 경제가 한강의 기적을 지속시키려면 SW개발자의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향상으로 창조, 창업, 창직을 통해 창조경제를 완생 상태의 대마불사가 되도록 기업, 학교, 정부 모두가 서둘러야 될 때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hjcho@bi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