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 발전량의 48%를 차지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유연탄이다. 이런 유연탄을 매년 1억톤 이상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7월 상황이다. 유연탄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200달러에 진입하면서 발전사, 제철사, 시멘트업계 등 석탄을 사용하는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에너지 경제연구원은 국내 유연탄 수급구조를 2008년 9000만톤을 넘어 연평균 1.7% 증가로 예상하고 2012년에는 9765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정부는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 전기료 인상을 시작으로 시멘트 가격과 건축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세계 석탄가격의 대표격인 호주 유연탄의 뉴카슬항 도착분 가격이 2008년 여름에 톤당 190달러까지 올랐다가 2009년 봄 6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그러나 2011년 1월 다시 136달러로 상승했는데 바로 그때 세계적 기업 리오틴토(Rio Tinto)는 경쟁사를 물리치고 호주 리버스데일(Riversdale)이 보유한 아프리카 모잠비크 석탄광산을 40억달러에 매입했다.
브라질 발레(Vale)도 비슷한 시기에 모잠비크에 진출해 생산 규모를 확장했다. 두 기업은 연 1억톤의 석탄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실은 연 600~700만톤 수출에 그치고 있고 가격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세계시장에서 석탄 공급 과잉은 만성적이고 생산 능력을 다 활용하지 못하는 석탄광산이 아직 많은 것으로 비춰볼 때 낙관적 수요 전망이 맞는다 하더라도 석탄가격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최상의 개발 여건과 최대 소비처인 인도와 중국으로의 양호한 접근성을 모두 갖춘 모잠비크 석탄광산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지는 논외로 하고 지난 8월 리오틴토는 모잠비크 광산을 인도 국영기업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500만달러에 매각했다.
또 앵글로아메리칸(Anglo American)이 브라질 미나스 리오(Minas Rio) 철광석 프로젝트에 88억달러를 쏟아 부은 사례, BHP빌리턴(BHP Billiton)이 올림픽 댐(Olympic Dam) 동우라늄광산에 200억달러 확장을 결정한 사례, 바릭골드(Barrick Gold)가 50억달러를 이미 투자한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쳐 있는 파스쿠아 라마(Pascua Lama) 동·금·은 개발을 중단한 사례 등 모잠비크 석탄과 유사한 투자 실패 사례는 많다.
이때까지 그래왔듯이 세계 자원수요는 중국경제가 과연 낙관적 예상대로 실현될 것이냐에 달려있고 불확실성이 클 때에는 아무도 수십억달러 투자 결정을 할 수 없다. 요행히 중국의 수요가 예상치와 맞아 떨어지거나 근접할 때에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자원개발 투자가 굉장히 위험하고 정확한 투자시점 포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실패가 가져다주는 또 다른 기회를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된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중단이 모여 새로운 자원개발 붐이라는 수레바퀴를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자원부국인 호주는 ‘광업은 영원히 지지 않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광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만 하는 필수 산업이다.
선진국 중에는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선진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스스로 자원문제를 풀지 않고 선진국이 된 국가는 없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난 정부 시절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볼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자원투자의 실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임을 알아야 된다는 점이다.
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