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CEO 설문조사]새해 IT경기 `불황` 우려

전자신문은 새해 국내외 경기를 전망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신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한 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CEO들의 경제 인식은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국내 다양한 산업분야의 최고경영자들은 새해는 물론이고 향후 5년 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종전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등 경쟁국 부상으로 주력 산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신년기획 CEO 설문조사]새해 IT경기 `불황` 우려

2015년도 경제 전망 평가도 우울한 면이 많았다. 박근혜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에서 가장 잘한 것으로는 ‘규제개혁’이 꼽혔다.

◇새해 IT경기, 전년 대비 부정적 평가 늘어

새해 국내 IT산업 경기 전망에 대해 ‘약간 불황’이 45.4%로 가장 높았다. 이 밖에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24.58%, ‘매우 불황’이 22.91%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반 국내 IT산업 경기 전망 결과와 비교 시 부정 비율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2014년도가 시작될 때 국내 경기가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세월호 사고 등 국내 커다란 사건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기대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69.5%가 ‘나쁘다’고 답했다. 그 뒤를 ‘매우 나쁘다’가 19.1%, ‘보통’이 11.25%를 차지했다.

지난해 IT산업 경기 평가 역시 어두웠다. ‘약간 불황’이 52%로 나타나, 절반을 넘는 수가 불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우 불황’은 21.6%, ‘보통’이 20%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가전 등이 전년보다 부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IT산업 성장에 대한 실망감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된다. 반도체는 2013년 전년 대비 13.3% 증가했지만, 지난해 8.8% 성장이 추정되고, 올해는 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는 2013년에 전년보다 2.4% 감소했고 2014년 5.7% 수출이 더 줄어들었지만 2015년에는 6% 성장해 2013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선통신기기는 2013년 21.2%에서 지난해 5.1% 증가로 소폭 오르고, 올해 4.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경제, 저성장 기조 계속될 것

설문에 참여한 CEO들은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에서 향후 5년 후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5년 후 현재 대비 ‘2% 미만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이 40.41%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2~3% 미만 성장’이 29.1%, ‘0%(현재 성장 기조 유지)’가 15.4%, 마이너스 성장이 11.2%였다. ‘3~5% 미만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3.3%, ‘5~7% 성장’은 0.4%에 그쳤다.

중장기적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우울했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76.2%, ‘성장률이 떨어질 것’은 11.6%, ‘2~3년은 성장, 이후 정체될 것’이 5.4%로 나타났다.

이 같은 CEO들의 인식은 정부가 내놓은 긍정적인 경제 전망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연말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새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8%로 정부가 다소 낙관적으로 성장률을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4.0%)이나 한국은행(3.9%)의 전망치보다는 낮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3.5%), 현대경제연구원(3.6%), 금융연구원(3.7%), LG경제연구원(3.4∼3.8%) 등 주요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들보다는 높다. 결국 3%대 중후반이지만 한국 경제가 3%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CEO들은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내수활성화(44.5%)’라고 꼽았다. 그 뒤를 세계경제 회복 14.5%, R&D 활성화가 10%로 뒤를 이었다.

◇박근혜정부 잘한 것은 ‘규제개혁’, 필요한 것은 ‘동반성장’

박근혜정부의 산업 육성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야박했다. ‘잘 못하고 있다’가 40.4%, ‘보통’이 30.4%, ‘전혀 못하고 있다’가 16%, ‘어느 정도 잘 하고 있다’가 10.4%로 나타났다.

현 정부 산업 육성정책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는 ‘규제개혁’이 36.2%, ‘창업지원’이 13%, ‘융합환경조성’ 11.2%,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7.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 정부가 2015년 규제개혁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규제 총량제와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마련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그에 상응하는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규제총량제를 상반기에 전면적으로 시행한다. 2017년까지 규제를 20% 감축한다는 목표도 유지한다.

반면에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42.5%, ‘5년마다 바뀌는 정부기조’가 26.2%, ‘대기업 위주의 지원책’ 15%, ‘R&D 예산 부족’ 8.7% 순으로 나타났다.

남은 임기 동안 박근혜정부가 대한민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집중해야 할 키워드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동반성장’이 33.7%, ‘규제개혁’이 17.9%,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13.3%,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비롯한 내수진작’이 10.4% 순으로 조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