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업계가 고급 개발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공공 SW사업 등 고급 개발자를 요구하는 사업 수요는 늘고 있지만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고급 개발자가 많아진 데다 회사에 남은 초급 개발자는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 인력 공급이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개발 능력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SW와 시스템통합(SI)사업에 참여할 고급 개발자가 부족해 사업 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력 있는 개발자가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개발자 부족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평가다.
200여명의 개발자를 보유한 국내 한 SI업체의 임원은 “회사 소속 개발자 대부분이 2~3년 경력의 개발자여서 고급 개발자를 요구하는 발주 사업에는 참여하기가 어렵다”며 “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개발자들은 처우에 불만을 느껴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개발자는 기업 소속 개발자보다 몸값이 높아 SW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공 SW사업에서 무리하게 고급 개발자를 요구하는 것도 개발자 인력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코딩 등 단순 작업에는 초급 개발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발주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제안요청서(RFP)에는 초급·고급 개발자 구분이 명확히 명시하지 않고서도 막상 계약 단계에 이르면 구두로 개발자 전원을 고급 개발자로 채워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사업을 수주하고도 초급 개발자를 투입할 수 없어 개발 능력과 경험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학 교육을 강화해 실력 있는 개발자 양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학 인력 양성은 SW업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SW산업이 낮은 연봉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3D 업종’으로 평가되면서 관련 학과 지원율이 낮아지고 있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 수준에 못 미치는 커리큘럼과 점수가 후한 교양과목에 수강신청이 몰리는 것도 문제”라며 “대학에서 초급 개발자만 배출되면서 SW인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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