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 우리는 늘 답을 찾았다

오늘 만만치 않은 한 해를 시작한다. 정부는 새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8%로 내려잡았다. 내수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유가하락에 따른 자원국 위기, 엔 약세 지속에 따른 외환 불안, 글로벌 금융과 경기 불안, 중국 성장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은 이 하향 목표치도 높다고 본다. 심지어 최악으로 2%대 추락까지 예상한 기관도 있다.

체감 경기는 더욱 어둡다. 특히 1분기가 그렇다. 경제단체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보면 내수, 수출, 투자, 고용, 지역 가릴 것 없이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전반적 경기 부진에 소비까지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 터널에 이미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불안도 커졌다.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데다 원천 기술과 산업 기반이 약하다. 불황이 닥치면 ‘잃어버린 10년’보다 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 반전이 절실하다. 박근혜정부가 올해를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규정한 것에 그 절박함이 읽힌다. 구조 개혁과 내수 진작을 축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이행에 온 역량을 집중한다는 의지 표명도 적절하다. 그렇지만 정부 힘으로만 이룰 수 없다. 기업, 개인 등 다른 경제주체는 물론이고 입법부, 언론까지 경제 활성화만큼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이것 없이 백약이 무효다. 소비자 지갑이 닫힌 것은 불경기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더 크게 작용한다. 경제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 교육부터 노동, 복지까지 생산적 소비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혁신적 정책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끌어내야 한다.

기업은 역발상을 해야 한다. 기업은 불황이 닥치면 투자를 꺼린다. 당연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불경기에 더 싸게 투자할 수 있다고, 경기 호전 시엔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설비든 고용이든 투자를 늘려야 소비가 살아나며 이는 다시 기업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기업이 중견·중소 협력사를 돕는 상생 역시 소비 진작을 위한 장기 투자다. 중견·중소 협력사는 혁신으로 화답하면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기술기업 역할도 크다. 최근 몇 년 간 사실상 홀로 국가 무역수지와 흑자재정을 이끈 기술기업이다. 일부 대기업만 눈에 띄나 그 뒤엔 수많은 중견·중소 기술기업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기술기업마저 좌절하면 경기 회복은 더욱 힘들다. 특히 기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산성, 효율성, 심지어 사회 안전망까지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핵심 수단이다. 정부와 기업이 적극 기술을 접목시켜 예산과 비용을 줄이고 이를 일자리를 비롯한 생산적 복지와 투자에 써야 한다. 정부는 기술 중심 사회를 새 국가 어젠다로 삼아 경제혁신과 구조개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수차례 있었다. 많은 나라가 큰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되레 기회로 반전시킨 몇 나라가 있다. 디지털혁명을 선도한 미국, 강소기업 기반 제조강국을 유지한 독일이 대표적이다. 두 나라와 비교해 약할지라도 우리는 두 분야 모두 강점이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콘텐츠산업 경쟁력 역시 미국, 영국, 일본엔 달릴지라도 아시아권에선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바깥에선 높이 평가하는데 정작 우리 스스로 잊은 강점이다. ‘빨리빨리’ 문화도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게 만들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라는 덕목만큼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기 극복 의지가 남다르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DNA로 자리를 잡았다.

그간 어렵지 않다던 해가 있었던가. 힘든 상황에서도 늘 답을 찾았고, 또 다른 새해를 맞았다. 정치가 늘 발목을 잡는다고 탓하지만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도 없다. 여야, 정부·민간, 대·중소기업, 기업·소비자, 산업·금융 구분 없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을 수 있다. 올 한 해 다가올 위기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자신감과 도전정신만 되찾으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어제와 달리 상쾌한 마음으로 맞이 한 새해 첫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