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다물! 2015

[프리즘]다물! 2015

“만주 집안현의 광개토대왕비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이 지역 일대는 이미 한민족의 성역으로 세계적 명소가 돼 내외 관광객들이 줄 잇고 있었다.”

지난 1986년 처음 출간됐던 소설 ‘다물(多勿)’에 묘사된 서기 2015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다물은 ‘옛 땅을 회복한다’는 의미의 자치통감에 나오는 고대 고구려 말이다.

민족 사학자인 주인공 최만주가 현대 의학의 힘으로 30년 냉동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는 2015년 을미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시기 우리는 이미 남북통일과 함께, 옛 고구려의 영토인 만주·시베리아로 국토를 넓히고 있다. 옛 고조선 땅의 회복은 물론이고 바이칼 호에 이르는 동부 러시아까지 영토를 확장, 세계 강대국 반열에 올라있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주인공은 감격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통쾌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세월은 흘러, 그때만 해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서기 2015년’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됐다.

우리는 올 한 해 ‘다물’해야 할 것이 많다.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년째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도 새해에는 회복돼야 한다. 계층 간·세대 간 갈등과 반목 역시, 이참에 신뢰와 존중으로 다물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무엇보다 ‘IT코리아’의 긍지와 자존심을 회복하길 기원한다.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전자산업이다. IMF의 격랑 앞에서도 맨 선봉에 서, 지금의 대한민국호를 일궈낸 IT산업이다.

시장의 현실은 해가 갈수록 엄혹해진다. 미국·유럽 등 강대국의 빗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과의 간극은 좁아만 간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 깊은 곳엔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DNA가 남아 있다. 새해다. 2015년이다. 이제 다물해야 할 때다.

류경동 글로벌뉴스부 차장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