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1호선, 재난망 예비 격전지로 부상

새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프로젝트로 떠오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사업을 앞두고 관련기업이 부산지하철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전초전을 치른다.

부산지하철 1호선 열차 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에는 철도가 시범 운영하는 철도통합무선망(LTE-R)이 사용된다. LTE-R는 재난망 요구사항을 대부분 적용한 기술로, 이번 사업이 재난망 수주를 노리는 업체들의 예비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는 조만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구간인 다대 구간(신평차량기지~다대포해수욕장)과 기존 선로에 열차 무선통신망 설치 사업을 발주한다. 재난망 사업이 표류하면서 중복투자 우려로 쉽사리 추진을 결정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재난망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기술 방식이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결정되면서 부산지하철 무선통신망 역시 LTE-R 시스템으로 낙점됐다. 대상 구간은 신규 6개 역을 포함한 전체 41㎞ 구간이다. 기관차(기관사)와 역무원, 사령실 등 3자간 무선통신과 열차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시스템이 구축된다.

LTE-R는 현재 전남 무안군 일원 대불선과 나주 지역에 시범적으로 설치돼 운영 중이다. LTE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철도전용 무선통신으로 단순한 통신뿐만 아니라 무인 열차제어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을 통해 처음으로 대대적인 실제 환경에 구축된다.

LTE-R는 특히 재난망이 요구하는 37개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에 향후 재난망과 연동하기에도 용이하다. 앞서 국민안전처가 부산교통공사에 재난망과 연동하거나 통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LTE 기술 채택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에는 삼성SDS를 비롯한 IT서비스 업체, 통신사, 장비업체, 단말기 제조사 등 향후 재난망 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부산지하철 1호선을 레퍼런스 삼아 해외 재난망과 열차무선통신 사업을 노리는 글로벌 업체들의 열띤 경합도 펼쳐질 전망이다.

통신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부산지하철 1호선은 30년 가까이 오랜 기간 낡은 통신 기술을 사용하면서 시스템이 노후화돼 몇 해 전부터 교체 요구가 있었다”며 “이번 사업은 특히 기술과 제품을 검증받으려는 예비 재난망 사업 성격이 강해 무상으로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LTE-R 기반 열차 무선통신망 설계를 마무리하고 발주를 위한 규격을 검토 중이다. 제조사에서 견적을 받아 예산을 책정하고 해당 예산의 적정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은 다대 구간 준공 시점인 2016년 이전에 마무리된다. 다대선 개통은 2017년 상반기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우리도 재난기관이다 보니 재난망 기술인 LTE로 통신 기술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통신망 설치 기간은 그리 길지 않겠지만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